KB사태 장본인 박지우 부행장 KB캐피탈 내정 등 곳곳 '암초'
지난해 KB사태를 빠르게 재정비하며 순탄한 행보를 보인 윤종규(사진)號가 새로운 '암초'에 부딪혔다. 정치권 등 외압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한 경영승계 개선방안이 또 통과되지 못한 것.
11일 KB금융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최고 경영자(CEO) 경영승계 계획안 논의했지만 가결시키지 못했다.
이번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이사회 이후 재논의 한 것이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해당 계획안은 오는 2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이후 구성되는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정치권 낙하산 등 외압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지배구조 개선 TFT'를 가동해왔다.
이중 차기 회장 선임 시 현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CEO 승계 계획안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 방안의 핵심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겸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외압을 막아왔다.
그는 취임 이후 논란이 됐던 국민은행 사장직 부활에 대해서도 하마평에 오른 전 국회의원을 거부했다. 정치 활동이 활발한 영남 출신의 퇴임 임원도 선임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감사 자리도 비슷한 이유로 3개월 동안 공석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안이 보류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KB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됐다. 박 전 부행장은 오는 26일 KB캐피탈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당초 이 자리에는 지주 임원이 내정돼 있었으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 열리기 직전 박 전 부행장으로 후보가 바뀌었다.
박 전 부행장의 복귀는 지난해 KB사태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지 불과 2개월 만이다. 그는 또 최근 정치권 외압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의 핵심 축으로, 윤 회장에게는 외압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우리은행이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KB도 정치권의 눈을 피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취임 시 임직원에게 약속한 외압으로부터의 독립성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경영승계 계획에 대한 회사 내ㆍ외부의 깊은 관심과 다양한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류 결정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이사회를 개최해 회사의 발전과 경영 안정성 확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