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현대제철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는 분석이 나왔다. 주주총회 안건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업체인 서스틴베스트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의 이사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민연금과 계약을 맺고 주총 안건을 분석·자문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의 반대 권고가 실제 기관 투자가들과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13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서스틴베스트는 이 안건에 반대를 제안했다. 정 부회장의 기업가치 훼손 이력 및 과도한 겸임을 사내이사로서 부적격한 이유로 꼽았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등의 계열사로부터 부당지원을 받아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로 지목됐다.
이 외에도 서스틴베스트는 현대오토에버, 현대위스코, 현대이노션,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된 현대엠코 등이 현대자동차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성장한 회사로 판단된다며 이 회사들의 최대주주인 정 부회장의 기업 가치 훼손을 문제 삼았다.
서스틴베스트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현대제철, 기아자동차 등 6개 회사에서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며 과도한 이사 겸임도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제철 측은 정 부회장의 재선임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경우 무보수로 이사직을 맡고 있는 상태"라며 "단순히 겸직을 이유로 재선임에 실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또 현대모비스의 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공시를 통해 이우일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로 올렸다.
서스틴베스트는 이 후보의 과도한 겸임으로 인한 직무 태만을 우려 했다. 이 후보는 현재 서울대학교기술지주 감사,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이사 및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제철 지분의 7.01%를 소유했다. 기아차(19.78%),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11.84%)의 뒤를 잇는 3대 주주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국민연금 지분율이 8.0%로 정 회장(7.0%)보다 높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서스틴베스트의 권고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써는 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해 확언하기는 이르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반대 의견을 내며 합병을 무산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