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허각이 미니 3집 '사월의 눈'을 발표한다. /에이큐브엔테터인먼트
따스한 봄날, 가슴 시린 이별을 외치다
가수 허각, 새 앨범 '사월의 눈'으로 컴백
기존 발표곡과 달라…절제된 감성으로 노래
가정 꾸린 후 첫 앨범…가족의 응원 든든해
가수 허각(30)이 약 17개월의 공백 끝에 컴백한다. 엠넷 '슈퍼스타K 2' 우승자 타이틀은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만큼 그는 자신의 앨범은 물론 각종 드라마 OST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음원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17일 미니 3집 앨범 '사월의 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그는 "집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셨다"며 "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 4월에 눈이 내린다면
타이틀곡 '사월의 눈'은 벚꽃을 눈송이에 비유한 가사가 인상 깊은 발라드 곡이다. 많은 이들이 따스함과 설렘을 이야기하는 봄에 그는 가슴 시린 이별의 아픔을 겪은 한 남자의 마음을 노래했다.
"봄이라고 해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노린 건 아녜요(웃음). 추위가 가고 따뜻해지는 시기에 이별의 아픔이 가시고 따뜻한 사랑이 올 수 있을지를 노래했어요. 사실 결혼 하고 아이도 낳았는데 이별을 노래한 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아이러니 하게도 제 노래는 슬프지만 전 지금 행복하니까요. 그래서 감정을 잡기 위해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죠."
많은 팬들은 허각의 노래에서 시원하게 뻗어 가는 고음을 듣길 기대한다. 하지만 '사월의 눈'은 이 같은 기대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곡의 전반부를 거쳐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과잉 한 번 없이 덤덤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래서 꽤 힘들었어요. 수정 녹음을 무려 6번이나 할 정도였죠. 그동안 불렀던 노래는 세게 내지르거나, 목소리에 거친음을 넣거나, 격한 감정으로 불렀거든요. 이번 노래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녹음하는데 좀 힘들었어요. 게다가 그런 과정을 겪으니 굉장히 예민해지기 까지 했죠."
그는 이번 신곡을 부르기 위해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성원' '이터널 선샤인' 등을 약 10회 이상 봤다고 했다.
"슬픈 발라드가 제 목소리와 잘 어울리니 가수로선 좋지요. 하지만 지금 제 시기가 참 행복하고 단란할 때인데 이별 노래를 주로 하려니 노력이 많이 필요했어요. 사실 평소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같은 호러 영화를 좋아하거든요(웃음)."
◆ 아빠가 되어 돌아오다
이번 앨범은 특히 그에게 의미가 깊다. 30대가 된 후 처음 발표하는 음반이자 한 여자의 남편,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후 낸 첫 음반이기 때문이다.
"가정이 생기고 난 뒤 하루하루가 신기해요. 아빠가 되고 나니 예전보다 철이 든 것 같아요. 좀 차분하고 여유로워진 것도 있고요. 특히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그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힘이 난다고 했다.
"감수성이 확실히 풍부해진 것 같아요.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다니까요?(웃음).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엄태웅 씨가 딸만 보면 우시잖아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니까 우울증을 의심하기도 했어요. 근데 그건 절대 아니고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가족 덕분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더 큰 부담이 생겼다고 한다.
"데뷔 후 지금까지 앨범을 발표하기 한 2~3주 전엔 늘 불면증에 시달려요. 순위에 대한 부담이라기 보단 그냥 모든 것들이 다 신경 쓰여서요. 특히 가족이 생기고 난 뒤 첫 앨범이라 그런지 부담이 더 커졌어요. 성적은 신경 안 쓴다고 했지만,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많이 응원해주고 있는데 잘 안되면 창피할 것 같거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