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은 꽃다운 나이라고 하잖아요. 청춘은 꽃답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꽃이 아니라 꽃봉오리라 생각해요. 어떤 꽃인지 몰라서 불안하고 두렵지만 언젠가는 아름다운 꽃이 되니까요. 자신이 한 노력을 거름으로 삼아 피어오르는 꽃이죠."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은 기대와 설렘,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을 동시에 간직한 채 맞이하게 되는 스무 살 청춘들의 이야기다. 이제 막 성인이 됐지만 꿈과 현실이라는 갈림길을 앞에 둔 세 동갑내기를 통해 20대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공감가게 풀어냈다. 그룹 2PM 멤버이자 영화 '감시자들'로 연기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준호(25)는 '스물'에서 만화가를 꿈꾸는 청년 동우 역을 맡았다.
'감시자들'과 아직 개봉하지 않은 '협녀-칼의 기억'까지 두 편의 영화로 연기를 맛본 이준호에게 '스물'은 첫 주연에 장르물이 아닌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2PM 투어 연습을 마치고 회식 자리에서 우연찮게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봤어요.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고 해서 읽어봤는데 멈출 수가 없겠더라고요. 김우빈, 강하늘 등 동갑내기 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극중 동우는 88만원 세대, 혹은 삼포세대 등으로 대변되는 청춘의 각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아버지의 부도로 어려워진 집안 형편 속에서도 만화가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동우는 홀로 집을 나와 미술학원을 다니며 옥탑방 생활을 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 동우는 자신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여자와의 '썸'도 포기하는 애잔한 청춘이다. 그럼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영화에 따뜻한 기운을 더한다.
2006년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의 우승자로 JYP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된 이준호는 2008년 2PM 멤버로 데뷔하면서 스무 살을 맞이했다. 연예인으로서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 같지만 그에게도 동우와 같은 고민을 하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수가 되고 싶어 소속사에 들어왔지만 그때부터 벽에 정말 많이 부딪혔어요. 잘난 친구들, 잘 생긴 친구들을 보면서 현실을 제대로 깨닫게 됐죠. 처음에는 회사에서 주목도 못 받아서 많이 좌절했어요. 그때가 열일곱 살이었거든요. 그렇게 갈팡질팡하면서도 결국 가수 데뷔의 꿈을 이뤄냈죠. 동우 같은 가난한 생활고는 없었지만 그래도 남 몰래 고생은 어느 정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동우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죠."
현실적인 이유로 연애까지 포기하는 동우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갔다. "'썸'을 포기하고 바깥을 바라보던 동우의 뒷모습이 진짜 쓸쓸해 보이죠? (웃음) 정말 공감이 갔어요. 저도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 살인데 누구를 좋아해본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바쁘고 힘들고 신경쓸 게 많다보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도 포기하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동우가 더 와 닿았어요."
'감시자들'부터 '스물'까지 세 편의 영화를 경험하면서 이준호는 "배우로서 자신감은 확실히 생겼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늘어난 자신감만큼 부족함과 아쉬움도 커져가고 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아쉬움도 크고요.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 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이준호에게 연기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동시에 갖게 만드는 자극제다.
"배우로서는 지금이 딱 스물인 것 같아요. 봉오리 안에 들은 것이 꽃이길 바라고 있죠(웃음). 제 인생에 '한방'으로 남을 멋진 작품, 그런 최고의 연기를 만나고 싶어요. 물론 가수로서도 더욱 만족하고 싶고요."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