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시아레코즈'라는 레이블 출범 소식을 알렸다. 이와 함께 새 앨범 '썬파워'와 관련된 흥미로운 크라우드 펀딩을 소개했다.
20만원만 내면 오디션 없이 새 앨범의 코러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과 1000만원을 지불할 경우엔 멤버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지난 10년 간 홍대 인디신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탄탄한 팬층을 가진 구남은 '음악가로 살아남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 음반업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처지가 우리의 운명이란 것을 인정하고 현실 속에서 삶을 모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지도가 꽤 높은 구남도 앨범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돈만 내면 코러스 참여'라는 모험을 택했다. 일각에선 음치가 이들의 앨범을 망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이들에겐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꽤 잘 나가는 밴드도 새 앨범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택하는 마당에 다른 밴드들의 사정이 나을 리가 없다. 대부분의 인디 밴드에겐 앨범 판매와 공연을 빼면 이렇다 할 수입원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기타 과외 글을 꾸준히 올린다고 했다. 밴드 활동만으론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이 된 것이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한 퍼커셔니스트는 음악인의 꿈을 안고 상경했지만 10년 째 '알바생'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뮤지션들은 결국 생계를 위해 음악을 포기하기도 한다.
최근 음악 시장이 음원과 디지털 싱글 중심으로 돌아가고 음악 방송도 '다양성' 대신 '인기 가수'를 택하면서 인디 밴드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예술은 원래 춥고 배고픈 법"이라기엔 음악인들이 본업을 포기할 만큼의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신선하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