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재벌가 총수들…배당으로 얼마 받나
SK 최태원 329억원, CJ 이재현 배당금 118억원, 달해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이 정부의 배당확대 유도 정책과 맞물려 거액의 배당금을 손에 쥐게 됐다.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과 경제활성화 등을 이유로 기업의 배당확대를 독려하면서 대부분 그룹사 소속 상장계열사들이 배당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최대 수혜자는 결국 재벌 총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가 배당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회삿돈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총수가 배당금을 받는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년대비 15% 늘어난 329억7000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SK C&C는 지난달 5일 2014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20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이 현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SK C&C 지분 32.92%를 보유한 최 회장의 배당금은 329억1621만원에 달한다.
SK케미칼(3.11%), SK(0.02%) 등 최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타 계열사의 배당금을 합칠 경우 배당금은 329억6830만원으로 늘어난다.
SK C&C 관계자는 "배당은 주주가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 아니냐"며 "다만 구속 수감돼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높은 보수를 받고 있는 지적이 있었고, 이를 받아들여 최 회장이 자신의 보수 전액을 사회적 기업 지원 등에 환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 문제로 구치소 대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총 118억6687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다. 이 회장은 현재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건강상의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이 회장은 CJ그룹의 지주사인 CJ 지분 42.22%를 보유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0.49%), CJ프레시웨이(0.65%), CJ오쇼핑(0.32%) 등에도 개인지분을 갖고 있다.
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 15.14%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 총액은 2억1066만원이다. 이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횡령 등의 혐의로 형이 확정돼 수감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수감생활과 형집행정지를 반복하고 있다.
소액주주 임을 밝힌 SKC&C투자자는 "배임 횡령 등으로 인해 수백억이 증발하면서 놓친 신사업 기회 등에 대한 '기회비용'은 생각지도 않는 것 같다"며 "경제범죄를 저지른 관계자에 대한 배당을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주주로서 출자한 대가를 받는 것인 만큼 옥중에 있는 재벌 총수들이 높은 배당금을 받는 것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할 수 없다"며 "다만 정부의 경제활성화 취지에 부흥하는 차원에서 고액배당을 받는 대주주에 대한 차등배당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