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동지…연인 절대 아니에요~"
혼성듀오 신현희와김루트
작년 K-루키즈 본선 6개팀 오르며 두각
팀 결성 2년 친남매 같은 찰떡호흡 과시
혼성듀오 신현희와 김루트는 스스로를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라고 소개했다. 신현희는 "'기똥찬'은 '기막히다'의 경상도 사투리고, '오리엔탈'은 내가 노래할 때 판소리를 했냐는 말을 자주 들어서 붙였다"며 "'명랑'은 우리 둘 다 성격이 명랑해서 넣어봤고, '어쿠스틱'은 우리가 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이들이 가진 매력은 훨씬 더 무궁무진했다.
◆ 운명적인 첫 만남
신현희와 김루트는 각각 경북 대구와 칠곡 출신이다. 이들이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기까진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 2012년 대구 동성로에서 거리 공연을 하던 신현희를 본 김루트는 "예쁘진 않지만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가진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이에 신현희는 "김루트 오빠도 첫 인상이 딱히 좋진 않았다"며 "키도 작고 세련되지도 않았다. 예전에 안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던 사람들이 많아서 오빠도 그런 사람 중 한 명 일거라 생각했다"고 받아쳤다.
짧은 첫 만남 이후 김루트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 2012년 8월에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신현희는 10월에 상경했다.
"오빠가 서울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제가 원래 패션 디자인 쪽으로 유학을 준비 중이었어요. 영국으로 떠나기 두 달 전에 갑자기 음악을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 반대가 심하셨죠. 그래서 쪽지 한 장 안남기고 서울로 올라와버렸어요. 제가 서울에 온 걸 알고 오빠가 자기 악기를 다 팔아서 제가 살 집 보증금까지 마련해 줬어요." (신현희)
이 때 까지만 해도 이들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루트가 신현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돼 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남매'가 됐다.
"현희는 천재예요.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기타 코드도 잘 모르는데 곡을 척척 써요. 멜로디 라인도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자기 귀에 듣기 좋은 멜로디를 기타로 치는데 그게 다 어려운 코드예요. 참 신기해요." (김루트)
신현희의 손길로 완성된 김루트의 일명 '존 레논' 스타일. /디오션뮤직
◆ 친남매 못지않은 '케미'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처럼 보이기도 했고 친남매처럼 보이기도 했다. 혹은 오래된 부부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인터뷰 내내 티격태격 거리면서도 서로에 대한 칭찬을 은근슬쩍 늘어놓았다.
타이틀곡 '오빠야'는 짝사랑을 시작한 여동생이 자신의 오빠에게 연애상담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신현희와 김루트의 '남매 호흡'을 엿볼 수 있다.
"저희가 어릴 때부터 친한 걸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 알고지낸 지 3년 됐어요. 대구에서 코 찔찔 흘리면서 기타 치던 거 데려와서 팀을 결성했더니만…. 하지만 현희가 제 안경과 옷, 헤어스타일을 바꿔준 덕분에 지금의 존 레논 스타일이 완성됐죠." (김루트)
신현희와 김루트는 팀 결성 후 크고 작은 무대를 거치며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신인 육성 지원프로젝트 '2014 K-루키즈 파이널' 최종 후보 6개 팀에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EP앨범 '신현희와 김루트'는 이번 대회의 부상으로 앨범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들어졌다.
"저희는 장려상을 받았어요. 사실 장려상은 최종 6개 팀에 오르면 다 주는 상이에요. 그래도 좋아요. 음반 제작비를 마련했으니까요." (신현희)
"K-루키즈 말고도 신청할 수 있는 대회는 죄다 했어요. K-루키즈는 인디밴드의 등용문 같은 곳이죠. 음반 제작, 뮤직비디오 등 전반적으로 지원해주기도 하고 이름을 알릴 수 있으니까요." (김루트)
꿈만 같았던 홍대신에도 입성하고 자신들의 이름이 들어간 앨범도 냈다.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 속에서 이룬 꿈이기에 앞으로는 '엄마 아빠가 자랑스러워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저희 노래를 듣고 엄마가 '이거 내 아들 음악이야!'라고 자랑스러워 하셨으면 좋겠어요." (김루트)
"저희의 목표는 항상 같아요. 돈을 벌고 인기를 얻어도, 가족의 응원이 없다면 아무 의미 없어요." (신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