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주유소' 브랜드 도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외환위기 때 팔아치운 정유사업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밑그림은 그려졌다.
김 회장은 1970년 설립한 경인에너지를 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했다. 당시 김 회장은 "마취도 안 하고 수술 받은 심정"이라며 정유사업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김 회장에게 다시 정유사를 손에 쥘 기회가 왔다. 23일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삼성토탈 인수작업이 다음 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토탈은 2013년 6월부터 매달 휘발유 및 경유 각각 10만 배럴을 알뜰주유소에 공급해왔다. 삼성토탈의 원유처리 물량은 하루 15만 배럴로 현대오일뱅크의 40% 규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의 경우 지난 2010년 9월 정제업을 등록했기 때문에 이미 다섯 번째 정유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삼성토탈은 작년 대한석유협회 회원가입에 실패했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로 구성된 대한석유협회 이사회는 지난해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을 보류했다. "삼성토탈은 석화기업으로 정유업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삼성토탈이 이번에 한화로 이름을 바꿔달고 도전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1999년 매각한 경인에너지가 석유협회 출범 당시 창립 멤버였던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삼성토탈 측은 "(삼성토탈의 협회 가입안건이) 작년 대한석유협회 이사회에서 보류된 상황이라 올해 다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그룹 차원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은 한화가 주유소 사업에 진출한다면 삼성토탈이 기름을 공급하는 알뜰주유소를 브랜드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적정한 시기에 알뜰주유소 사업을 민간사업자에 이양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알뜰주유소 역시 한화로 이양이 싫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한화로 브랜드를 달 경우 소비자들이 더 믿고 소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대형 정유사의 횡포를 못 이기고 나온 일부 주유소 사업자들이 다시 대형정유사의 갑질이 되풀이될까 걱정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