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여자 교복 입어 보겠어요"
'킬미 힐미'로 극찬 받은 배우 지성
종영 후유증에 정신 혼미
연기 존재감 확인해 기뻐
6월 말 저도 딸바보 돼요
배우 지성(38)이 MBC 드라마 '킬미 힐미' 종영 후유증을 걱정했다. 그는 "방송이 끝나고 가장 걱정되는 건 나"라며 "힘들어질까봐 겁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전에 우울증을 앓아봤어요. 한 번 시달려봐서 그 고통을 알죠. 그런데 이젠 우울증이고 뭐고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라 정신 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많은 걸 얻었어요. 그런데 죄송한 부분이 있죠. 제 인격을 위주로 보여주니까 다른 배우들의 분량이 편집되기도 했거든요. 동료, 선배들이 있어서 제가 놀 수 있던 건데 아쉽죠."
'킬미 힐미'에서 어린 시절 학대로 7개 인격을 지니게 된 차도현 역을 맡아 '올해의 연기 대상'이란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지성은 "생각해 본 적 없다.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며 단지 배우로 존재하고 있는 걸 확인한 것에 방점을 뒀다.
7개 인격이 모두 특색 있었던 비결은 지성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촬영 강행군이 이어져 성대부종을 앓은 채 연기했다.
"괴성을 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까 생목을 써버렸어요. 그날 저녁에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죠. 병원에 가서 긴급처치를 받았고 목소리가 돌아오기까지 하루가 걸렸어요. 목요일 방송분을 저 때문에 수요일 오전부터 몰아 찍었어요. 하루 만에 찍어지더라고요. 결방될까봐 정말 걱정했어요. 캐릭터마다 목소리가 달라야 했는데 목소리 관리를 안 하고 있다가 아차 싶었죠."
결혼 후 역할 선택에 부담을 느낄 법하지만 "오히려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흔이라는 나이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킬미 힐미'를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캐릭터마다 진심을 담을 지만 고민했어요. 마흔 살 배우에게 공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마음을 내려놓고 캐릭터에 빙의해서 연기했어요. 저는 서울에 살다가 고등학교만 여수에서 나왔는데 그때도 전라도 사투리를 써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페리박에 몰입하다 보니까 어릴 때 듣고 봤던 기억들이 그냥 표현이 되더라고요. 신기했죠. 다 소중한 인격들이에요. 제가 언제 여자 교복을 입고,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려보겠습니까? (웃음)"
MBC 드라마 '킬미 힐미' 지성./나무엑터스 제공
7개 인격 중 요나는 여성 시청자의 패션 워너비였다. 그녀가 바르는 틴트가 완판된 것이다. 정작 아내 이보영은 지성이 요나로 변신한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 "(아내가) 홍대 길거리에서 교복을 입고 뛰는 장면을 보러 왔어요. 우리 가장이 여자 교복입고 뛰는 모습을 보니까 눈물이 났다고 해요. 기분 좋더라고요. 틴트가 완판됐다는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죠. (웃음) 틴트 회사에서 준 선물을 아내에게 줬습니다."
6월 말 아빠가 된다. 아동 학대를 다룬 '킬미 힐미'에 출연한 배우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아빠가 빨리 되고 싶은데 시간이 안 가요. 아기가 커 가는 게 눈으로 보여서 신기하죠. 예정 일되면 눈물을 쏟을 거 같아요. 요즘 기사를 보면 어린이집 구타 같은 안 좋은 소식이 많더라고요. 아이들은 아낌없이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선 저부터 좋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