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성범죄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국내 주요 대학들은 캠퍼스 내 성범죄 자료를 공개하는 데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교육부에 요청한 '최근 5년간 대학 내 성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97개의 36% 정도인 70개교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의 현황 조사는 지난 2월 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6주 동안 진행됐다.
박 의원은 2월 11일께 교육부로부터 78개 대학의 통계를 제출받았고 이후 2차 조사를 요청했지만 49개 대학만 자료를 추가로 내놓았다.
127개 대학에서 2010년부터 작년까지 발생한 성범죄는 114건이고 성범죄 교원은 4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교육부가 40일 넘게 자료 제출을 독려했음에도 조사대상 학교의 3분의 1 정도가 대답하지 않아 이번에도 전수조사는 어렵게 됐다.
자료를 내지 않은 70개교에는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이 많고 서울 소재 여대의 경우 이화여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가 포함됐다.
이들 학교는 통계를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성범죄 사건으로 곤혹스러워하는 서울대는 답변자료를 보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통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올해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내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움직임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런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들이 성범죄 관련 통계를 제출하기 꺼리는 이유는 자료 제출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통계 제출에 협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떠들썩한 이슈였던 미국과 비교된다.
미국은 1990년 제정된 연방 '클러리법'(Clery Act)에 따라 각 대학에 성폭력 등의 범죄 통계를 매년 정확히 기록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별 성폭력 발생 건수와 연도별 현황이 집계되고 통계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미국 교육부는 지난해 학내 성폭력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학 55개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비위를 저지른 사립학교 교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의원면직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립대 교수가 대학 측의 진상조사나 징계를 피하려고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박 의원은 "교육부와 대학 모두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통계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대학이 성범죄 통계를 의무적으로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