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지갑 닫고 국내 총 투자율도 제자리걸음
가계부채 증가 속도 경제성장 2배…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 OECD 중 최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2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올해 안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제성장 속도에 2배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와 늘어나지 않는 투자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 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8180달러로 전년보다 7.6%(2001달러) 증가했다.
앞서 우리나라 1인당 GNI은 2011년 2만4302달러, 2012년 2만4696달러, 2013년 2만6179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빠르면 올해 3만 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1만 달러 돌파하고 12년 만에 2만 달러에 처음 진입한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장이 빠르게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 부문의 소득을 나타내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도 1만5786달러로 전년보다 1081달러 늘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8천831달러, 올해 경제성장률 3.6%, 1040원대의 원·달러 환율 등을 전제로 한국이 올해 세계 7번째로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 효과 마감과 낮은 실질 성장률,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평균 109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53원으로 하락하면서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지난해 달러 환산 국내총생산(GDP)는 8.0% 늘었다. 환율로만 3.8%의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환율 효과를 빼면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GNI 증가율은 1인당 GNI 증가율에 절반인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GDP 기준 실질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3.3%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분기 실질 성장률도 지난해 1분기 1.1%에서 2분기 0.5%, 3분기 0.8% 4분기 0.3%로, 3분기 연속 0%대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 올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돼 '환율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10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내렸다. 한은도 지난해 10월 3.9%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월 이미 3.4%로 낮췄고, 추가 하향 조정도 예고했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
급속히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국내 경기에 '뇌관'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금융사의 대출과 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포괄한 가계신용 기준)는 1089조원으로 개인 가처분소득(순처분가능소득·NDI 기준)의 138.0%에 달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도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164.2%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가계부채 비율(133.5%)보다 31%포인트 높고 증가율도 OECD국가 중 가장 빠른다.
반면 국내 투자와 개인의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총투자율은 29.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기간 총저축률은 56.1%로 전년(43.1%)보다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1인당 GNI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현재 국내외 환율경쟁과 내수시장 성장세를 보면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기는 힘들다"며 "국내 소비 촉진과 경기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