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 회장(62·사진)이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수십억원으로 상습적인 도박을 벌이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1990년 마카오 카지노에서 상습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던 장 회장은 25년 만에 또다시 해외 원정도박을 되풀이해 불명예를 안게 됐다.
29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횡령한 회삿돈 수백억원 중 수십억원 상당을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 자금으로 충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이 미 법인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중 약 200만~300만 달러를 해외 원정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회장은 특급 카지노호텔인 벨라지오와 윈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외 원정도박으로 50억원 상당의 추가수익을 올린 한편, 횡령한 회삿돈으로 현지 지인들에게 명품 등 고가의 선물을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미 법인 외에 부동산업체 페럼인프라를 통해 동국제강 본사 사옥 건물관리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을 통한 이득 대부분이 장 회장과 자녀 등 일가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는 검찰은 이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미국·일본·홍콩 등 세계 각지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동국제강은 이들 해외법인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사고 있다.
원자재 거래가 많은 철강업체 특성상 부외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일본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고철 등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거래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백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과다계상한 대금의 차액을 미 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DKI)로 보낸 다음 일부를 손실처리하는 등의 수법으로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국제강은 그룹 차원에서 DK유엔씨와 페럼인프라 등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계열사간 거래대금 부풀리기나 당진제철소 건설비 과다계상 등도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서울 을지로 동국제강 본사와 계열사, 장 회장의 서울 종로구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출국금지한 장 회장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장 회장은 2004년에도 회사 예금을 일가친척들의 대출 담보로 사용하고 회삿돈으로 개인채무를 갚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유죄가 확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3년 뒤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