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 오프 이대형
2014년 11월 조범현 KT 감독은 9개 구단의 특별지명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1군 무대 진입을 앞두고 전력보강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였다. 구단 별로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가운데 한 명씩 뽑을 수 있었다. 9개 구단은 머리를 맞대고 보호선수 명단 20명을 선택해 명단을 KBO에 제출했다.
명단을 받아본 조 감독은 무릎을 쳤다. 창단 첫 테이블세터진 구축에 고민을 거듭했는데 KIA에서 이대형이 나온 것이다. 두말없이 이대형을 낙점했다. 201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KIA 유니폼을 입은 이대형은 1년 만에 KT맨으로 변신했다. 이대형은 2014시즌 타율 0.323에 22도루 75득점을 올리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KT에게는 안성맞춤 선수였다.
2003년 LG에 입단한 이대형의 장점은 단 한번도 장기 부상 공백이 없을 만큼 건강한 몸을 가졌다는 것이다. 빠른 발을 갖춰 안타 생산력이 높은데다 도루는 그의 장기이다. 네 번이나 도루왕을 차지하며 통산 401도루를 기록했다. 폭넓은 외야 수비력까지 갖춘 전형적인 '밥상맨'이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무사히 마친 그는 시범경기에서 30타수 9안타를 기록하며 개막 예열을 마쳤다. 지난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개막전 첫 날은 존재감이 있었다. 2번 타자로 출전해 1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터트려 4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4회 무사 2루에서는 착실하게 희생번트를 보내 주자를 3루에 안착시켰다.
2차전에서는 1번 타자로 나섰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도중 교체됐다. 결국 개막 2연전에서 7타수 1안타에 그쳤다. 활발한 공격력을 기대했던 이대형은 아니었고 팀은 아깝게 2연패를 당했다. 그렇다고 이대형이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이제 시즌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KT는 31일 최강 삼성을 상대로 역사적인 홈 개막전을 갖는다. 그룹 직원들과 홈 팬들의 응원 속에서 창단 첫 승이 목마르다. 첫 승을 낚기 위해서는 이대형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13년 동안 보여준 이대형 스타일의 안타와 도루, 저돌적인 공격이 필요하다. 이대형의 나이는 32세, 아직 팔팔한 청춘이다. 이대형이 웃는다면 KT도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