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병 4인방
국내 프로야구 팀들의 성적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크게 좌우된다. 보통 외국인 투수 2명은 팀의 원투펀치 역할을 하고 타자는 팀의 중심타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 투수 1명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신생팀 KT 위즈로서는 이 선수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KT가 외국인 선수들과 일찌감치 계약을 마치고 올 시즌을 준비한 이유다. 필 어윈, 앤드류 시스코, 크리스 옥스프링의 투수 3명과 주전 3루수 앤디 마르테가 그 주인공이다.
어윈은 우완 정통파 투수로 2009년 피츠버그에 입단했으며 2012년부터 3년간 메이저 40인 로스터에 합류한 바 있는 유망주였다. 2013년에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04경기에 등판해 35승 20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다.
정명원 투수 코치는 어윈 영입 당시 "150이닝 이상을 꾸준히 던져줄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최고 구속 148㎞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기교파 투수다. 친한 한국인 친구 덕분에 한국 문화에 익숙한 어윈은 일본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는 15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뽐냈다. 아직 이닝 소화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받지 못했지만 현재 KT의 1선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좌완 투수 시스코는 신장 208㎝로 KBO 등록 선수 중 최장신이다. 2001년 미국 시카고 컵스에 2라운드로 지명돼 2005년 캔자스시티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07년까지 3년 동안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3시즌 동안 151경기서 3승 9패 평균자책점 5.18을 마크했다. 이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한 시스코는 2013년부터 대만리그 EDA 라이노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해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맹활약으로 한국 구단들의 시선을 끌었다. 결국 KT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중반에 시스코를 영입했고 합격점을 받으며 올 시즌 1군에서도 함께 하게 됐다.
시스코의 주무기는 큰 키에서 내리 꽂는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이다. 그 외에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시범경기 등판에서는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0.29로 다소 부진했다. 제구가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상대 타자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구질 점검에 힘썼다. 이제 1군 무대를 통해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옥스프링은 한국 팬에게는 이미 친숙한 이름이다. 2007년 LG 트윈스에서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했다. 벌써 한국에서만 선수 생활 5년째를 맞이한다. 국내 리그서 4시즌 동안 37승 30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10승 8패 평균자책점 4.20을 마크할 정도로 건재했다.
KT는 옥스프링의 경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범헌 감독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의 빠른 리그 적응을 위해 국내 경험이 풍부한 리더가 필요해 전략적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이닝도 많이 소화하고 검증 돼있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선수다. 성격도 괜찮다고 들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안정감과 경험'이 옥스프링의 가장 중요한 영입 배경이었다. 나이가 있는 만큼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본인 스스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만한 효자 용병을 찾기는 쉽지 않다.
외국인 타자 마르테는 이름값 면에서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마르테는 2001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유망주로 입단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내야수였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7시즌 통산 308경기서 타율 0.218에 21홈런 99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132경기를 뛰며 타율 0.282에 182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좋았다.
이숭용 타격 코치는 마르테를 두고 "타율 3할대에 20홈런은 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무조건 휘두르기보다는 선구안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3루 수비 능력 역시 한국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스프링캠프에서는 하루 2000개의 배팅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성실한 모습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는 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서서히 타격감을 올렸다. 올 시즌 KT의 중심타자로 활약할 전망이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