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국 NBC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예선 무대에 한 여자가 등장했다. 바이올린을 끌어안은 채 수줍게 무대 위에 오른 린지 스털링(Lindsey Stirling)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힙합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은 바이올린과 현대 음악이 만났을 때 바네사 메이(Vanessa Mae)를 주로 떠올린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리라 예상했지만, 스털링은 달랐다. 그는 연주하는 내내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흥겨운 힙합 스텝으로 무대를 누볐다. 춤과 바이올린, 그리고 힙합의 신선한 만남이었다. 스털링은 그렇게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처음엔 재미있어서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제 무대를 보고 웃는 게 좋았죠. 바이올린·힙합·일렉트로닉 등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하나로 접목했더니 다들 좋아하더군요."
2013년 8월 '슈퍼소닉'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스털링은 이달 초 첫 내한공연을 개최했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후 본지와 만난 스털링은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다들 웃으며 환호해 줬어요. 한국 팬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고 가네요."
그가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것은 6살 때다. 하지만 전문적인 클래식 교육을 받진 않았다. 음악도 춤도 모두 그저 좋아서 할 뿐이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연주할 땐 짜여 진 틀에 날 맞췄어요. 그러다보니 클래식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고,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도 잃었죠. 하지만 자라면서 바이올린을 내게 맞추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춤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어요. 그냥 TV를 보고 따라하며 독학했을 뿐이죠."
스털링은 대학에서 음악도, 춤도 아닌 영화를 전공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총동원해 유튜브에 바이올린 연주 영상을 편집해 올리기 시작했다. 스털링이 의상과 안무, 퍼포먼스 등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털링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 않는다. 평소엔 바이올린에 두 손이 묶여있지만, '섀도우(Shadows)' 뮤직비디오에선 그림자를 이용해 두 손을 자유롭게 쓰며 춤을 추기도 했다.
평소 힙합, 덥스텝 등을 즐겨듣는 그는 LMFAO·피아노 가이즈·펜타토닉스 등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했다. 뭐든지 좋아야 즐기며 할 수 있다는 스털링. 그가 최근에 빠진 것은 바로 K팝이다.
"K팝에 푹 빠졌어요. 기회만 된다면 한국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특히 슈퍼주니어의 헨리요. 바이올린 연주하는 걸 봤는데, 무척 인상 깊어서 트위터로 컬래버레이션 하자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아쉽게도 이번 내한 공연에서 스털링과 헨리의 협업 무대는 불발됐지만 그는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헨리는 물론이고 소녀시대와 빅뱅도 좋아해요. 공연하기 전엔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를 즐겨 듣는답니다. 다음엔 K팝 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찍어보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