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SK그룹의 사회적기업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이 부쩍 활발해졌다. 석가탄신일(5월 25일)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을 염두에 둔 언론플레이라는 것이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의 분석이다.
SK그룹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이 지난달 30일 한국사회투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망 사회적기업·소셜벤처 등 혁신기업의 성장 지원에 나선데 이어 1일에는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털어 만든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가 사회적기업가 5명을 첫 투자 대상자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투자행보를 알리기도 했다.
3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횡령 사건으로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기 석방'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전 군불떼기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SK측은 "수년간 지속해왔던 사회공헌활동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지난해 최 회장이 옥중에서 받은 보수 전액을 사회에 환원한 이후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에 속도가 붙자 최 회장의 조속한 경영복귀를 바라는 SK그룹의 '총수 구하기' 일환이라는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2013년 구속수감 상태에서 4개 계열사로부터 총 301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가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 최 회장이 거액의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맞물려 지난해 말 '경제활성화' 논리를 앞세운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재벌총수에 대한 가석방, 사면복권 논의가 확산되면서 SK그룹은 최 회장의 가석방을 내심 기대했지만,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적 반감이 커지고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더해지며 조기석방의 불씨는 현재 사그라든 분위기다.
특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법감정과 원칙을 내세워 기업인 가석방은 안된다고 반대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뜻을 같이 했다. 최근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며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 총리가 해외자원개발을 부정부패척결 핵심사항을 지적했는데 국민 혈세 40조원을 낭비한 사업"이라며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수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SK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최 회장의 선처 가능성을 무산시키고 있다. 가뜩이나 범죄를 저질러 수감중인데 더해 현재 SK건설, SK이노베이션, SK가스, SKC&C 등 SK 계열사들은 줄줄이 '사자방' 비리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거나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SK건설은 4대강사업 입찰담합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고 SK이노베이션과 SK가스는 해외자원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핵심 계열사인 SK C&C는 500억원대 방위사업 자금 횡령에 연루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사기를 벌인 혐의로 SK C&C 권모 전 상무를 구속했고, 사업에 참여했던 SK C&C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재벌 총수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시민단체들의 반발 역시 SK그룹으로선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 회항 사건으로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가 커진 탓에 기업인 사면·가석방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 12월 30일 정부와 여당이 수감 중인 재벌총수들의 조기 가석방을 추진하는데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재벌 총수에 대한 가석방은 다른 수용자들에 비해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질서와 국민 다수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이들의 가석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들을 풀어준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고 투자가 늘어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들이 없으면 투자를 결정하지 못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불법을 저질러 수감 중인 재벌 총수의 재범 확률이 높다는 점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홍 사무처장은 "재벌 총수들은 단순한 형사사건으로 수감된 것이 아닌 횡령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재범 위험성도 있다"며 "재벌 범죄의 특징이 일반 형사사건과 비교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광범위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만큼 당연히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2003년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고, 그해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면서 두 달여 만에 사면 복권됐다.
최 회장의 경우 2008년 풀려난 이후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재범이다. 특히 법무부가 재범을 가석방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인 가석방·사면에 부정적인 기류가 이어질 경우 재벌 총수로 역대 최장기간을 구속 수감 중인 최 회장은 자칫 징역 4년을 모두 채우고 만기출소하는 사상 첫 재벌 총수가 될 공산이 크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혐의로 기소돼 같은해 2월 징역 4년형이 확정, 2년 3개월째 수감 생활 중이다.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이 없는 이상 앞으로 2017년 1월까지 교도소에 복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