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 3고로에서 방열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직원이 사망하는 안전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앞서 연이은 사망사고로 수천억원을 들여 마련한 현장 안전장치가 무색해졌다.
5일 현대제철 및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장 쇳물 주입장에서 작업을 하던 직원 이 모씨(43)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쇳물 분배기에 추락해 사망했다.
이씨는 쇳물 분배 설비를 하던 중 2.5m 아래에 있는 쇳물 분배기에 추락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설비에는 1500~2000℃의 쇳물이 담겨 있어 고인의 시신도 수습하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직원들의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안에 있는 특수강 제조공장 신축 공사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이 모씨(62)가 레미콘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이씨는 현대제철 자체 구급차량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지난해 6월에는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일하던 김 모씨(38)가 압연라인 정비 도중 기계장치가 가동돼 협착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기계장치 아래에 묻어 있는 기름을 제거하는 도중 변을 당했다.
같은해 1월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김 모씨가 실족하면서 냉각수에 빠져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3년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10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도중 질식하거나 추락해 숨졌다.
이 가운데 6명은 두 차례의 독성가스 누출사고로 숨을 거뒀다.
현대제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명은 2013년 5월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발전소에서 아르곤가스 누출로 목숨을 잃었다.
그해 11월에도 유독가스 누출로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당시 연이은 사망사고로 현대제철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사측은 2013년 말 종합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고 책임자가 물러나는 등의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서도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현대제철은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재차 발표했다.
안전 감시제도 팀을 꾸려 3조 3교대로 상시 운영하는 한편 안전관리 인력도 기존 88명에서 200명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안전관리에 5000억원을 투자해 무재해 사업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들어서도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현대제철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미봉책이 아닌 종합적 재검토와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사고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경찰이 작업장의 폐쇄회로(CC)TV 를 확보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추락방지용 난간이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등 안전환경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