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장동현 SKT 사장…점유율 하락·단독 영업정지 등 출발부터 삐걱
소송당해 옥외광고 등 모든 매체의 광고 내리며 마케팅 예산만 낭비
SKT- SKB 통합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 높아
SK그룹의 두터운 신임 속에 SK텔레콤의 새 수장자리에 오른 장동현 사장이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젊은피' '전략통'으로 불리며 조직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안팎의 평가는 냉랭하다. SK텔레콤의 절대 강자 지위를 상징했던 50% 시장점유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무너지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1월 2일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이후 3개월간 크고 작은 악재로 진땀을 빼야만 했다.
첫 번째 암초는 '허위·과장 광고' 논란이었다. 취임 직후인 1월 9일부터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문구를 삽입한 내용의 TV광고를 시작했다가 경쟁사로부터 거센 항의와 함께 피소까지 당했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11일 SK텔레콤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K텔레콤이 3밴드 LTE-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허위광고를 방송해 영업상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KT는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관련 SK텔레콤 광고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이 "전매체 광고 배포를 금지하라"고 결정하면서 SK텔레콤은 TV·지면·옥외광고 등 모든 매체의 광고를 내리며 마케팅 광고비만 낭비했다.
설상가상으로 SK텔레콤은 지난 1월 일선 대리점·판매점에 불법 보조금을 살포해 시장을 과열시킨 주도 사업자로 지목돼 단독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SK텔레콤의 행위를 단말기유통법상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7일간의 영업정지와 235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장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공식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일주일도 안돼 영업정지 제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기존 가입자를 다른 통신사에 빼앗기는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1월에 번호이동을 통해 고객 2만9387명이 경쟁사로 빠져나갔고 2월에도 3만8394명이 줄었다. 3월에는 이보다 더 많은 4만4324명이 타사로 옮겼다.
지난 10여년간 철옹성처럼 유지돼 온 50% 시장점유율도 무너졌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SK텔레콤의 가입자 수(알뜰폰 포함)는 2835만6564명으로 전월대비 36만5019명(1.27%) 감소하며 시장점유율이 50.01%에서 49.60%로 내려앉았다.
장 사장이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주식교환을 통한 사실상의 통합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주가가 계속 추락하면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등이 3월20일 공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주당 4645원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 주가는 전날보다 1.84% 떨어진 4525원에 마감됐다. 행사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들은 청구권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SK브로드밴드 주가는 SK텔레콤과의 주식교환 발표이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주주총회 예정일인 5월 6일 직전까지 SK브로드밴드 주가가 4645원을 다시 넘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기관과 개인 등 일반 투자자들이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SK브로드밴드는 총 6762억2296만9285원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자금마련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결정한 것은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시너지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유무선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장기적으로는 양사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비교적 신중하고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장 사장이 일을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SK텔레콤은 점유율 하락, 불법보조금 살포, 소송에 따른 광고 피해 등 짧은 시간에 실망스러운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통합작업에 필요한 자금도 SK텔레콤의 가용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