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완종의 죽음을 부른 '딜(Deal)'
검찰 수사를 받던 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세상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 그가 주검으로 발견된 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고 안에서 '리스트'가 나왔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얘기다.
죽기 직전 한 인터뷰가 공개되자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 봐도 또 없으니까 1조원 분식회계 이야기를 했다. 저거(자원 개발)랑 제 것(횡령 등)을 딜(Deal·거래) 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 성 전 회장의 육성이 공개되자 화살은 검찰로 쏠렸다. 원하는 진술을 확보할 때까지 본래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증거로 압박하는 '별건 수사'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실제 그랬다. 지난달 18일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할 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성공불융자금 수사'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일주일 뒤 횡령과 분식회계 등의 혐의가 추가되면서 수사가 기업전반으로 확대됐다. 예정대로 구속수사가 이뤄졌다면 정관계 로비로 판이 커지는 전형적인 별건수사 흐름이 될 뻔한 셈이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도 인사 청탁 건이 결부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있었다. 최근엔 검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에게 북한 지령 등 배후설을 지목하기도 했다. 방산비리에 대해 감사 중인 감사원도 국방부 영관급 이상 현직 장교뿐 아니라 전역한 지 수년 된 사람들의 자료까지 가져가 기약 없이 쌓아두고만 있다는 말이 들린다.
모두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변질된 케이스다. 오기(傲氣) 섞인 '부패와의 전쟁'이 결국 또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셈이다. 검찰에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외과 수술식' 수사가 아니다. 그들에겐 단식으로 오류를 배출해내는 '종합검진식' 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