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도하고자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현재 기업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진 후 기업회생을 돕는 통합도산법이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사후관리 측면이 커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대한상의의 판단이다.
때문에 선제적으로 기업이 사업재편을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원할 경우, 정부가 타당성을 검토한 뒤 승인되면 기업에 세제·금융 지원, 인수합병(M&A) 절차 완화 등 패키지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대한상의, 원샷법 제정 촉구 건의안 제출
대한상의는 16일 '사업재편지원제도 구축방안 건의문'을 정부·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문은 대한상의가 지난해 7월 제1차 제조업혁신위원회와 올해 초 경제부총리 간담회 등에서 제안한 '사업재편지원특별법' 제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상의는 건의문을 통해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사업재편지원제도를 마련해 경제활력을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기업들의 신속한 사업 구조개편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 선제적 사업재편 필요성 대두
대한상의의 이번 건의문의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 선제적 사업재편의 필요성과 패키지 지원 요청이다.
우선 대한상의는 "선제적인 사업재편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산업생태계 조성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경제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에 들어선 지금이 사업재편지원제도를 마련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듀폰, GM, P&G 등은 끊임없는 사업재편을 통해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1999~2008년 10년간 포춘 500대 기업 순위 변동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500대 기업에 계속 이름을 올린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M&A 활용도가 3배 이상 높았다.
대한상의는 "사업재편지원제도가 도입되면 중소·중견기업이 공동으로 대기업의 사업부문을 인수하거나, 중소기업이 함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돼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산업생태계의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함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경영효율화를 도모한 사례는 '옐로모바일'이 손꼽힌다. 최근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제공기업인 옐로모바일은 60여개의 벤처기업과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연합체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쇼핑에서부터 미디어·콘텐츠, 여행, 광고·디지털마케팅 등 종합 모바일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난해 기업 가치 1조원을 인정받고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1억500만달러를 투자 받는 등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선제적 사업재편 기업에 패키지 지원 필요
대한상의는 사업재편지원제도의 3대 입법방향으로 ▲정상기업의 선제적·상시적 구조조정지원 ▲세제·금융·공정거래·상법 등 패키지 지원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은 기업에 시범운영 후 법적안정성 검증 등을 제시했다.
우선 사업재편지원제도는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적인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줄 것을 요청했다. 현행 채권단과 법원주도의 기업회생제도는 기업이 부실화된 이후 진행되어 성공가능성도 떨어지고, 과다한 자원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정상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혁신을 단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상의는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은 기업에 대한 세제·금융·공정거래·상법 특례의 패키지지원을 건의했다. 현행처럼 개별법령으로 운영시 지원수단이 서로 연계되지 못해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고, 지원공백이 있어 신속한 사업재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재편지원제도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일종의 테스트베드(Test bed) 시행을 요청했다.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해 법적안정성을 검증하자는 것이다.
◇M&A절차 간소화 등 22개 과제 제안
세부내용으로는 세제·금융·공정거래·상법 4대 분야 22개 과제를 제안했다.
우선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 악용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M&A 과정에서 반대주주의 권리보호 장치인데 시가와의 차액 취득 등으로 부작용과 과잉보호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상의 설명했다.
공동행위 예외인가도 건의했다. 함께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의 법률적 불확실성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M&A 과세특례 사후추징 요건도 개선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업재편 후 피합병법인의 지배주주가 2년 내 주식 50% 이상을 처분하면 합병법인이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어 재편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