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리더십에 순풍이 불고 있다.
올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한데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작업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하나금융, 1Q 깜짝 실적·상품 판매 호조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37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94% 오른 수치다.
같은기간 그룹의 총자산은 396조1000억원으로 5조6000억원 더 늘어났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하나은행의 순익은 작년 동기보다 6.5% 감소한 260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통합 관련 일회성 이익 1130억원을 제외할 경우 637억원(32.3%) 증가한 것이라고 하나금융 측은 설명했다.
지난 4분기 적자를 기록한 외환은행의 순익은 122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6억원(73.2%) 증가했다.
하나금융 측은 "매매 평가이익 828억원과 삼성자동차 채권 관련 손익 246억원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핵심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14억원 감소했다"고 말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룹 NIM은 전분기대비 5bp 하락했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NIM 하락 폭은 3bp에 그치며 상당히 선방했다"며 "양 은행 모두 대기업은 감소시키고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증가시키는 대출포트폴리오 MIX 변화를 통해 대출금리 하락 요인을 완화시켰고, 조달측면에서도 NIM 방어를 위한 노력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순익 증가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매매익과 환율변동에 따른 비화폐성환산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라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논의 재개로 조기통합에 대한 합의 도출 기대감이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실질적 통합에 따른 비용시너지 등은 2016년 이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회장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나온 상품이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앞서 하나·외환은행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대한민국만세 예·적금'을 선보였다.
예·적금은 김정태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개발부터 출시, 마케팅까지 공동으로 진행한 작품이다. 이는 출시 9영업일 만에 10만좌를 돌파했다.
◆ 외환노조, 손 내밀었다…"내달 15일 심의 재개"
그동안 꼬여있던 하나·외환은행 통합의 실타래도 조금씩 풀려가는 모양새다.
최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대화단 상견례와 회합을 가지며 통합 논의를 재개했다. 이는 올 초 예비인가 등록을 둘러싼 분쟁 이후 석 달만이다.
그간 양 은행의 통합절차와 대화는 서울중앙지법의 '합병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용인 이후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3년 연임이 확정되고, 법원도 대화를 촉구함에 따라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된 것이다.
이에 지난 20일에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에 '2.17 합의서'의 수정안도 공식 요청했다. 양측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합의서를 손보게 되는 것이다.
'2·17 합의서'는 하나금융이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사들이면서 노조와 맺은 합의 사항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외환 노조측은 "이번 대화가 자칫 외환·하나은행간 통합에 관한 상호 시각차만 확인하는 가운데 법원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협상에 그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또 "이번 대화가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2.17합의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지주측에서 과연 2.17 합의서를 어떻게 수정하기를 원하는지 구체적인 수정안을 서면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존 합의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가며 논의하는 방식이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이라는 점도 고려한 제안"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일단 환영의 뜻을 비쳤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계속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외환노조 측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수정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원은 양측의 대화 결과를 본 후 다음 달 15일 외환노조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낸 통합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이의 신청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