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호, 성완종 측근들 '모르쇠'에 수사 먹구름
압박수사 시 '별건 수사' 논란 부담…저인망식 '단서수집' 거론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핵심 측근들을 소환, 단서 수집에 나섰으나 이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검찰은 12시간 소환조사를 끝낸 지 반나절 만에 수행비서 이용기(43)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22일 새벽에는 박준호(49) 전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는 한편 측근들 사이의 증거인멸을 막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이유에서다.
애초 수사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날인 8일 함께 대책회의를 했던 이씨와 박 전 상무를 통해 비밀 장부 등 굵직한 증언들을 수집할 예정이었다. 성 전 회장의 사망소식을 들은 당시 박 전 상무도 "있는 그대로 말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순항을 예고했다. 그러나 2주도 채 되지 않아 그를 포함한 최측근들은 입을 닫았고 CCTV를 끈 채 각종 자료를 없앴다. 이를 두고 로비 책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선제적 행동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2011년 6월 윤승모(52)씨를 통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할 당시 직간접 개입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박 전 상무가 핵심 정황들을 알 것으로 의심하고 긴급 체포라는 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들이 입을 닫으면서 검찰 수사도 난관에 봉착했다. 공여자는 사망하고 수여자는 의혹을 부인하는 난제 속에서 이들의 진술이 첫 소환자를 가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무색해졌다. 수사팀으로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별건수사 논란이 빚어진 만큼 압박 수사방식도 수사팀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관련 사람들 및 자료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집한 뒤 꿰어맞추는 '저인망식 단서 수집'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성완종 생전 '행적 지도'를 재구성 중인 수사팀의 행보와도 맞물려 수사의 활로를 열 수 있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장진영(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협조 없이 구할 수 있는 증거는 결국 단서 수집밖에 없다"면서 "압수수색에서 나온 증거랑 퍼즐 맞추기를 해야 한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의외의 돌출적 선언이나 단서가 수사에 길을 터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