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부 자본증권)'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내년 바젤Ⅲ 규제 시행에 대응해 코코본드를 잇달아 발행하는 등 자본건전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3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코코본드'란 특정사유 발생시 주식으로 변환되거나 상각되는 회사채로 우량 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면서도 기존의 다른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또 바젤Ⅲ 기준에서 보완적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자기자본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바젤Ⅲ 체제에서는 기존 후순위채권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발행사가 금산법상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원금이 전액 상각되거나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은 후순위채보다 커 증권 보유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BIS자기자본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때문에 자본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은행권에서는 낮은 발행금리를 활용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올해 들어 신한·농협·하나·기업은행 등에서는 모두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지난 16일 신한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이는 10년만기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으로 신한은행의 첫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연기금, 보험사, 증권사 등 다수 기관투자자들이 3000억 발행 모집에 초과 투자 참여해 발행금리는 2.72%로 바젤III 시행 이후 국내에서 발행한 코코본드 중 최저 금리"라며 "상각조건이 있음에도 성공적으로 발행하게 된 것은 신한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등 안정적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이 시장 참가자들에게 인정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NH농협은행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조건부 자본증권(이하 상각형 코코본드)'을 내놨다. 발행금리는 2.77%, 만기는 10년이다. 국내에서 10년 만기 후순위 조건부자본증권이 3% 이하로 발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특수은행이라는 안정성에 대한 홍보와 전략적 마케팅 실시에 따른 것이라고 농협은행은 설명했다.
윤동기 농협은행 자금시장본부 부행장은 "이번 '후순위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남은행은 1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으며 IBK기업은행도 지난 3월 4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해 나흘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한편 BIS비율과 자본 건전성 강화를 위한 은행권의 코코본드 발행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코본드 발행은 상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라며 "위험계수 변경으로 보험사 수요는 감소하고 있으나 기타 기관들의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특수은행과 시중은행에 대한 발행금리 프리미엄 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특히 "코코본드의 상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정부지원 조항을 포함한 특수은행들에 대한 기관들의 투자 스탠스는 완화되면서 투자가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특수은행의 코코본드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전망"이라고 꼽았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심화로 갈수록 투자대상 발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코코본드가 투자대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라며 "상각·이자지급제한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 있으나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성 낮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정상적인 경영을 영위하고 있는 은행이라면, 콜옵션 행사시점에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수준 높고 콜옵션 행사될 가능성 높아 투자매력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