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잣대가 좀 더 엄중해야 한다고 본다. 누구나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평가기준은 적절치 않다"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이 28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사회와 교육정책에도 적자생존 원리가 적용돼야 하는 시점이 왔기 때문에 뒤떨어져 도태되는 대학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진학생이 줄고 대학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 속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대학들끼리 '나눠먹기'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입시와 관련해서는 최근 지역균형선발을 모든 모집단으로 확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입학사정관을 지역에 파견해 선발 비율 기준을 용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애 쓰겠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대라면 과외를 못 받아본 어려운 학생도 들어올 길을 개척해줘야 (한다)"며 선발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단순한 자격시험으로 바꾸자는 논의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가가 인정하는 유일한 평가인 수능을 잘 치른 학생과 학교 공부에 성실해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균형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법인화 이후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릴 여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학부와 대학원에 기초학문 특별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법인화 이후 예산 개별항목 통제가 덜해졌다고 해서 사립대학적인 용도로 (예산 편성이) 작동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대학이 상아탑 시대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산학협력도 이 시대의 저버릴 수 없는 최고 명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잇따른 교수 성추문과 올해 드러난 교수 연구비 횡령과 관련해서는 "행정 책임자로서 면목이 없다"면서 "교수를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 인터넷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사상 처음으로 대학 감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학자이기도 한 성 총장은 최근 제기되는 개헌론과 관련해 개헌의 적기가 언제냐는 질문에 "(내년) 4월 총선이 끝나고 나면 정부에서 개헌을 논의할 골든타임이 아닌가 싶다"며 "정부에서도 임기 하반기로 접어드니 물꼬를 터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으로 집중된 권력을 총리에게 나누는 '책임총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리 제의가 오면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성 총장은 "제 능력에 넘치는 자리"라며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인 사면에 대해서는 "(배임 등 행위에) 개인 사욕이 없었다면 관용이 있어도 되지 않나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면서도 "기업인들도 기업의 문제와 개인·가족의 문제를 혼동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