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로 현대·기아자동차와 토요타의 희비가 엇갈렸다. 엔저로 토요타는 질주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후진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실적은 나란히 4년 전으로 후진했다.
작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2% 감소한 7조5500억원, 기아차는 19% 감소한 2조57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두 업체의 영업이익은 모두 201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8.1%, 30.5%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현대차가 7.6%, 기아차가 4.6%로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4%포인트, 1.6%포인트 하락했다.
현대·기아차는 1분기에 전년 대비 3.2% 감소한 193만대를 판매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유로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 엔저 현상으로 인한 일본차와의 경쟁 심화 등이 꼽힌다.
유럽과 일본의 통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의 관측이다.
반면 토요타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실적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해 발표했다.
지난 2월 토요타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2014회계연도)이 전년보다 17.8% 늘어난 2조7000억엔(약 24조890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9.1% 증가)보다 8.7%포인트 높은 수치다.
토요타의 주가는 실적 개선 덕분에 지난 2년간 51% 급등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에 12.6% 떨어졌다.
철강업계의 라이벌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의 주가도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 2년간 포스코의 주가는 16.6% 내렸지만 신일철주금은 22.7% 올랐다.
한국과 일본의 경쟁사들이 서로 엇갈린 길을 간 것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내각의 경제정책)에 따른 엔저의 영향이 크다.
2012년 12월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은 다음 해인 2013년 4월에 대규모 금융완화를 뼈대로 한 아베노믹스를 발표했다.
양적완화 정책에 엔저가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일본 기업들은 엔저 현상을 십분 활용해 수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일본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었다.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엔저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원·엔 재정환율은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900원선이 무너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저는 한국 경제에 분명한 위험 요인인데다 국내 경제주체의 경기불안 심리를 자극해 내수경기에도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