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각변동...대한상의 '뜨고' 전경련 '지고'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의 위상이 요동치고 있다. 대정부 소통과 상생을 강화한 대한상의의 위상이 커지는 반면 전경련은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옹호하는 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에서 대한상의로 중심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1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한상의는 전경련보다 앞서서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과 접촉했다. 대한상의는 대통령 초청 경제계 신년인사회(1월 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경제계 간담회(1월 26일) 등 굵직한 행사를 주도했다.
또 지난 2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제계와 소통하는 창구로 대한상의를 선택한 데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3월 대한상의를 찾았다.
반면 김 대표는 전경련을 4월에 찾았다. 이 마저도 전경련이 여당에 간담회를 먼저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도 대한상의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 1번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었고 2번과 3번은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같이 대한상의의 위상 제고 배경에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를 향해 규제개혁 등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도 우선적으로 찾는 재계의 소통 채널이 됐고 그 만큼 재계의 이목도 쏠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박 회장은 기존 부회장단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을 새로 끌어들이면서 상의 회장으로서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1주일에 2∼3차례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한상의로 출근해 직접 현안을 챙기고 보도자료 하나라도 모두 직접 결제를 하는 스타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특히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최근 재계의 숙원인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 제정을 위한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원샷법은 중소·중견기업이 공동으로 대기업 사업부문을 인수하거나 중소기업이 연합형태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재편에 대한 지원을 주목적으로 한다. 박 회장의 지시로 대한상의는 원샷법이 시행되거나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건의문에 함께 담았다. 그래야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유리하다는 본 박 회장의 판단 때문이다. 실제 건의문에는 일본기업의 사업재편에 따른 최근 2년간 628건의 지원사례 등이 수록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이 평소 '팩트'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주장이나 제안에 대해 반드시 관련 사실아니 원인, 판단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원샷법은 이미 정부와 연초부터 긴밀히 소통해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의 위상 제고와 맞물려 전경련은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전경련이 정부, 노동계 등 사회 각계 각층과 맞닿은 정책이나 갈등 상황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재계에서 끊이지 않고 제기되면서 회장직 기피현상까지 생겨났다. 전경련 회장은 영광보다는 피곤하고 힘든 자리가 도니 것이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총수들이 계속 회장 자리를 기피한 것도 영향력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부회장단 구성만 봐도 전경련의 위상하락을 엿볼 수 있다. 과거 50대 그룹으로 한정됐던 부회장단은 최근 재계 700위권까지 떨어졌다. 역시 기업인들의 고사 때문이다. 현재 부회장단에 합류한 이장한 회장의 종근당은 자산 기준으로 재계 700위권 밖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고 있다는 평가가 강해 정부와 정치권이 대화파트너로 더 찾는 것 같다"며 "전경련은 외연을 확대하고 개방적 체질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