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에서 결함이 발견될 경우 해외에선 즉각 리콜에 들어가지만 국내에선 추후 수리에 그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문제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북미시장에서 에어백 결함, 센서 결함, 누수 등의 문제로 엑센트, 아반떼, 제네시스 차량을 잇달아 리콜 조치했다.
에어백 결함이 드러난 엑센트를 리콜하며 현대차는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발견해 즉시 조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태도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도리어 국토부의 시정명령을 무시하기까지 한다.
일례로 현대차(기아차 포함)는 그랜저, YF쏘나타, K5, 모닝 등의 연료계 오작동, 가속 불량 등 결함에 대해 무상수리로 대응한 바 있다.
싼타페 누수, YF소나타 브레이크오일 누유 같은 심각한 문제에도 무상수리를 단행했다.
미국에선 리콜을 결정하고 현지 언론보도가 나온 지 5일 뒤 국내에서 리콜을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는 순차적으로 다른 지역을 고려했을 뿐 국내를 외면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토부 리콜명령을 차량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해 말에는 싼타페 리콜명령에도 이를 연비보상이라는 미명으로 둔갑시켰다.
시정기간 역시 무기한 규정을 5년으로 자체 지정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역차별 행보는 결국 정부 당국의 규제력 차이에서 나온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 차량 구매 뒤 일정한 수리 기준을 넘으면 신차로 교체하도록 하는 엄격한 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문제 발생 시 이를 업체가 충분히 보장 및 보상하도록 하고 위반 시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 같은 소비자 중심의 자동차 문화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요원한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미국은 업체가 사측 잘못이 아님을 증명해야 되지만,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본인 과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정반대의 법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문제가 단 한 건만 발생해도 바로 리콜 등 움직임에 들어간다. 우리는 이렇게 강력한 규모의 기관도 없고 정부는 소비자를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황이 이러니 독과점인 현대차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통보를 안 해도 되는 무상수리로 넘어가고, 수입차 업체들은 이를 보고 배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