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한산한 풍경의 남대문시장. 국내 대표 재래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세월호 이후 우리 시장 상인들도 다 죽었어요. 요즘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요. 신세계 본점에 면세점이 들어오면 그나마 하던 장사도 접어야죠."
6일 수요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대한민국 대표 재래시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은 한산했다. 길을 오가는 손님은 다수 보였지만 물건을 사는 이는 드물었다. 장사가 잘되냐는 질문에 시장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단추를 파는 상가를 묻자 한 상인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한 곳을 따라가 봤지만 정확한 안내 표지가 없어 한참을 헤매야 했다. 골목골목 복잡한 시장에서 표지판 없이 원하는 물건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넓은 시장에 안내소는 단 두 곳뿐이다.
가게 앞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 한 상인에게 요즘 장사는 잘 되냐고 물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지난해 4월 16일 가라앉은 건 세월호 뿐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에서는 액세서리 상가 쪽이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액세서리 상가엔 손님은 없고 고개를 숙인 채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상인들만 가득해 마치 공장같은 풍경이다. 적막한 분위기는 음산함 마저 든다. 한 상인에게 손님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사실 남대문시장이 주차장이 좋아요?, 그렇다고 시설이 좋아요? 화장실 한번 가려 해도 모르는 사람은 한참을 찾아다녀야 돼요. 내수경기도 죽었는데 일부러 이곳에 올 이유가 없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남대문시장의 악세사리 상가. 손님은 없이 상인들만 악세사리를 만드는 모습이 공장을 연상시킨다.
실제 화장실을 찾아봤다. 남대문시장 안내도에 표시돼 있는 화장실은 총 7곳이지만 야외에는 2곳뿐이다. 건물내에서 화장실을 찾으려 해도 1층에 화장실이 있는 건물은 드물었다. 이마저도 없는 건물이 많았다.
쇼핑을 하다 지쳐 잠시 앉아 쉴 곳을 찾아 봤지만 자그마한 벤치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 갈증을 해소할 만한 급수대도 찾을 수 없었다.
더위를 피해 지하상가로 걸음을 옮겼다. 길게 내려진 계단은 젊은 사람에게도 힘든 코스였다.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갈 수 없을 것 같다. 힘들게 내려간 지하상가에서 기자를 반긴 것은 횡 한 상가풍경뿐이었다. 수년간 지하상가에서 장사를 해온 최모씨는 "시청에 여러 차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달라 건의했지만 '알아보겠다'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주차 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시장내 중구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의 주차 가능 대수는 19대가 전부다. 30분 이내는 5분당 500원, 30분 이상은 5분당 650원을 받고 있었다. 차를 갖고 시장을 찾아 두시간 쇼핑을 하면 1만4700원을 내야 한다.
낙후되고 부족한 시장의 시설은 시장 바로 옆 신세계백화점을 찾게 만들었다. 1만여 개의 점포와 5만여 명의 종사자는 신세계백화점을 위한 엑스트라로 보일 정도였다.
협소한 남대문시장내 공영주차장 주차공간. 이마저도 요금을 지불해야한다.
매번 정권 교체나 대기업의 마케팅 시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남대문시장이지만 수십 년째 변한 것은 없었다. 올해도 지난달 23일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과 중구청(구청장 최창식)이 손잡고 남대문시장을 살리겠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공중화장실 확대·시장홍보사업·문화공연 유치·상징물 설치 등 다양한 '시장살리기'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고작 1억원 뿐이다.
시장 한 상인은 "그저 버티고 있는 것뿐이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언젠가는 나라에서도 이곳 상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겠지 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가 하겠다고 한 데로 제대로 지원만 했어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시장 근처의 신세계백화점에 대해 대형마트처럼 재래시장 상인들을 죽이는 대기업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상인은 "시장 인프라가 굉장히 열악한데 시설과 상품을 잘 갖춘 신세계백화점이 남대문 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빨아들이며 체계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우리를 진짜로 위한다면 본점에 면세점 유치를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텅빈 지하도 상가. 젊은사람도 힘든 긴계단을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