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수출 시장에 복병이 나타났다. 올해 1월 중국이 자동차 병행수입을 합법화해 공식 수입하는 차 가격보다 15% 이상 저렴한 가격의 차가 유입되고 있다. 중국 내 수요가 높은 국내 고급 세단차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작년부터 수입품 물가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병행수입은 수입업체들의 판매 독점을 타파하고 민생에 혜택을 주기 위한 정부 정책 중 하나 도입됐다. 경쟁을 통해 수입품의 가격을 내린다는 취지다.
중국에 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와 중국 현지 업체가 50:50으로 자금을 출자해 만든 공식 합작 법인을 통해야 했다. 그러나 병행수입 제도가 도입된 후 병행수입업자들도 중국에 수입 차를 들여와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2월 15일부터 상하이 자유무역지구 내에서 병행수입 자동차가 시범 판매됐다. 총 물량은 8만~10만대로 추정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재는 국내 브랜드의 중국 병행수입 물량이 적어 직접적인 영향이 적지만 차후 한중 FTA에 자동차가 포함된다면 병행수입으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겐 위기"라고 설명했다.
국내 차 중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기아자동차의 K9 등은 현지의 고급 세단 수요 증가와 함께 주목받는 품목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차종은 중국 내 생산 물량 없이 한국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병행수입 업체들이 특별히 선호하고 있다.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되는 K9은 약 9000만원 수준이다. 중국 내 K9의 공식 가격은 약 1억3000만원으로 병행수입 업체가 약 15% 가량 싼 가격에 판매 중이다.
병행수입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던 애프터서비스(AS) 문제는 중국 정부차원에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 상무위원회는 이번 정책을 시행하며 병행수입 업자들은 차량에 대한 품질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리콜과 AS 문제를 책임지고 실시할 것을 명시했다. 수입자동차 판매업체 자격 조건으로 '자체 유지보수·AS·부품 공급체계 및 설비 구비'를 넣기도 했다.
중국의 자동차 병행수입 규모는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망에 따르면 주민(朱民) 상하이 자유무역지구 관리위원회 부주임은 지난 달 27일 열린 상하이 자유무역지구 확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향후 더 많은 기업이 이 프로젝트의 시범에 참여하는 것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톈진과 푸젠 등 새로 출범한 자유무역구들도 자동차 병행수입 시범사업을 신청한 상황이다. 톈진에서 병행수입하는 자동차는 중국 북방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한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업계들은 수출물량은 줄이고 중국 내 차량 생산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