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가 통신 시장의 결합상품 규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결합상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서울대 경쟁법센터 세미나에서 "결합상품은 경쟁자 배제 효과를 내는 일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누적 초과이윤 23조 가운데 특정사업자(SK텔레콤)가 93%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결과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경쟁 억제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규제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기술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기술마저 선점해 경쟁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것이 소비자 후생 극대화 원칙에 부합한다"며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결합상품과 관련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정의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의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50%가량의 점유율을 가진 SK텔레콤이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인터넷 등 다른 분야로까지 시장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경쟁사들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를 완화하고 지배력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결합상품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5대3대2의 점유율이 고착화된 구조에서 소비자 후생 손실 규모는 3대3대3의 균형적 산업 구조대비 약 11조원(2002년~2013년간)에 달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를 차단하면 사업자 간 자율적 요금 경쟁이 촉진된다"며 "그 결과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명수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 이동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의 경우, 다른 구성상품 시장으로의 지배력 확대 가능성과 가격차별 등에 의한 이용자 불이익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후적 규제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라며 "사전적 규제의 유지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결합상품 판매로 시장지배력이 전이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쟁사 주장이 마치 소비자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전달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 및 정치권 일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제시됐다.
황태희 성신여대 교수는 "요금 인가제의 목적이나 요금의 사후규제를 시행함에 있어서의 다른 제도 개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규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요금 규제의 사후 규제화는 사실상 어렵고 또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요금 인가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목적과 취지는 유지돼야 한다"며 "현재의 사전규제를 다소 보완하는 방식이거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요금제가 나왔을 때 이를 신속하게 시정할 수 있는 사후규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