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재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반응도 우호적인데다 체질개선에 방점을 두고 이번엔 반드시 민영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은행 보유 지분을 분산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던 우리은행 지분 48.06%를 일괄매각하기보다 5~10곳 정도의 과점주주들에게 분할매각한다는 방안이 유력하다.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높은 가격은 분산하고 투자매력도는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13년 6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의결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방안'에 따라 작년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계열사를 분할·매각했다.
하지만 민영화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4차례나 실패를 맛봤다.
예보가 보유한 지분 56.97% 가운데 경영권(지분 30%) 지분 입찰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된데다 소수지분(26.97%) 또한 예정매각 물량의 3분의 1가량만 팔렸기 때문이다.
결국 통매각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매각을 시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은행 민영화는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다양한 방식으로 매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다만 "6월까지라거나 하는 시한은 두지 않겠다"며 "우리은행 가치를 높이는게 우선돼야 하고, 다양한 매각 방식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오는 14일과 16일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시장 수요와 관심도를 확인하는 한편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키움자산운용, 삼성증권,KT 등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마케팅과 상품개발 시너지 강화에도 나섰다. 또 재무적 투자자(FI)를 물색하는 동시에 보유하고 있던 이랜드리테일 등 111개 비상장사에 대한 주식 매각 공고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영화 전단계라고 잘라 말할 순 없지만 거시적으로 민영화라는 화두가 있기 때문에 내외부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역시 나쁘지 않다.
올 1분기 우리은행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2908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지난해 금리 인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은 전분기 대비 6bp 하락했지만 원화대출 성장률이 3.16%로 크게 증가하는 등 선방한 것이다.
특히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1.94%로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1%대로 진입했다.
상·매각 감안한 신규 고정이하 여신 순증 규모도 305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 감소하는 등 건전성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는 모앙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중 진행될 민영화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민영화를 통해 디스카운트가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원장 취임사에서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 시한을 설정하지는 않겠지만 신속히 하겠다고 언급했다"며 "하반기부터는 민영화 이슈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차후 민영화 성공 시 정책은행 역할 축소와 이에 따른 자산건전성 우려 해소로 은행주 내 받았던 디스카운트도 축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우리은행은 올해 중 다시 예정된 경영권 매각을 위해 이익제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기업가치의 제고를 위해서는 조속히 국책은행의 방향성에 대해 결론을 내린 후 우리은행의 역할을 뚜렷이 해야 한다"며 "AIIB의 출범은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질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인데, 국책은행의 역할이 재조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로서 우리은행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현재처럼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존재하며, 경남기업 사태에서 드러났듯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불안감이 높은 구조는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주주가치의 상승을 설득하는 데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추가적인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