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종과 유통업종의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기업과의 분쟁 소송에서 사법기관으로부터 편향적인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박상길 기자
건설업종과 유통업종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특허권 침해 등 피해를 당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불공정한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사건 당사자가 공정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법원이 필요한 증거를 강제로 찾아볼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중소기업 피해사례 3차 발표회 '甲만 편드는 사법에 멍드는乙'를 통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갑의 입장에 있는 기업과의 분쟁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법원 등 사법기관으로부터 공식 증거 서류를 외면하고, 대기업의 정황 증거를 대거 인용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불공정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는 JBS건설, 차량용 블랙박스 제조업체 다스, 하이트진로음료 샘물유통 대리점 한신상사, 이동통신망 사업자 서오텔레콤 등이 참석했다.
헤르만하우스 타운하우스 분양사업의 발주처인 JBS건설은 삼성중공업의 분양 사업 시행사로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다, 삼성중공업 측의 의도적인 공사·분양 절차 지연으로 모든 권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사 손해배상 소송과정에서 법원이 삼성중공업과의 계약서, 합의서 등 공식 증거 서류를 외면하고 삼성 측의 정황 증거를 대거 인용하는 편파적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스는 중앙일보 계열사 중앙엠엔씨를 구매대행사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던 중 상표권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앙엠엔씨는 다스와의 계약을 어기고 설계제조업체와 자체적으로 다스의 상표권을 대거 유통해 3만58대를 판매했다.
다스는 제품과 자체 포장까지 동일한 중앙엠엔씨의 상표권 침해로 A/S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스는 해당 업체를 상표법 위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형사 고소했지만 중앙엠엔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 받았다.
한신상사는 하이트진로음료의 채권추심 서류 위조로 파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한신상사에 대한 미수금을 부풀린 뒤 미수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근저당 설정 등 서류를 위조했다.
경찰은 하이트진로음료의 채권추심 서류 위조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인 서류를 제외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만을 수사기록에 올려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오텔레콤은 2003년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비상호출 처리장치와 그 방법'이라는 명칭으로 특허를 받은 뒤 협력사인 LG텔레콤에서 이 기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해 사업 제안서를 줬고 이후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오텔레콤은 LG가 사업협력을 중단한 채 자신들의 기술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했다며 검찰에 고소했지만 소송과정에서 LG에 유리한 판결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허심판원 권리범위확인 심판청구 과정에서 서오텔레콤의 특허기술과 다른 기술을 적용했다는 LG의 주장이 허위임을 알 수 있는 쌍방대질 기술 설명회가 심판원에서 열렸지만 결국 LG의 손을 들어줬다고 서오텔레콤은 덧붙였다.
또 민사분쟁과정에서는 LG가 서울고등법원 재판장의 특허분쟁 관련 중요 문서 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고 기피 신청을 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졌다고 서오텔레콤은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디스커버리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분쟁 당사자들에게 '무기 평등', '입증 평등'의 기회를 주는 이 제도는 실체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강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약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증거 확보'가 용이해진다는 해석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영업이익이나 개인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법원에서 요구하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를 확보하기가 수월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