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위로공단'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임흥순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구로공단에 있던 그 많던 공순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둔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의 임흥순(46)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은 질문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의 국제전에서 은사장을 수상했다. 홀수해에 열리는 미술전에서 은사자상 수상자는 본전시에 초대한 35세 이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데 임 감독의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고, 미술 작품이 아닌 영화로 수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임 감독은 "어머니는 봉제공장 '시다'로, 동생은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일했고 형수님은 현재 보험설계사로 감정노동을 하는 분이다. 이들의 삶을 지켜보며 느꼈던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해보니 그 분들이 우리의 어머니고, 여동생이었다"고 덧붙였다.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위로공단'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임흥순 감독(왼쪽)과 김민정 프로듀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한국과 아시아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위로공단'은 영화와 미술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다. 간담회에 앞서 상영된 8분짜리 요약 영상은 이 같은 특징을 잘 담아냈다. 노동자 인터뷰와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몽타주는 하나의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임 감독은 "영화는 관객을 끌어들이게 만들지만 난 미술 작업도 하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장치를 해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보길 바란다. 친절한 영화는 아니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30, 40대 여성은 많은 공감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위로공단'을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작업했다. 그가 만난 노동자는 65명에 이르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 22명이다. 인터뷰가 아닌 천으로 눈이나 얼굴을 가린 여자가 등장하는 미술적 이미지에 대해 그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인터뷰이의 제스쳐나 말투, 눈빛에서 오는 느낌을 얻기 위해서다. 그 분들과 얘길 나누면 그 감정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단순히 재현하는 게 아니라 내 방식대로 만든 것이다. 눈과 얼굴을 가린 장면은 봉제 공장 먼지가 정말 심해서 숨 쉬고 눈 뜨기 어렵단 얘길 듣고 그걸 피하고 싶단 느낌을 주기 위해 담았다. 또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얼굴 없는 과거의 여성 등 다중적인 의미를 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일하던 여성 노동자부터 현재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감정 노동을 하는 여성들까지. 임 감독이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영화를 보신 분들이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신발, 바지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영화를 보고 알게됐다', '우리의 과거와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 과정을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로공단'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위로공단'은 일반 개봉을 준비 중이다. 빠르면 올 여름 내 일반 관객에게도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