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이냐, 합헌이냐" 화학적 거세 첫 공개변론 열띤 공방
"과학적 효과 입증 안돼 VS 재범 위험성 제거 가능"
'화학적 거세'(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린 14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9명의 재판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헌, 합헌 측 참고인들의 격론이 펼쳐졌다.
2013년 대전지법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의 재판에서 법원의 명령으로 화학적 거세를 집행하도록 한 법 조항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에 불씨를 댕긴 조항은 동법 제4조 제1항 및 제8조 제1항이다. 4조 1항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성폭력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 범죄자에게 검사가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8조 1항은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15년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해 치료명령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신체의 자유 침해 ▲자기결정권 침해 ▲집행 시기 및 수단의 적절성 등 3가지다.
제청을 신청한 대전지법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부작용 방지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법익균형성 불인정을 주장했다. 법무부는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음이 연구 자료에 의해 입증됐고, 대상을 성도착증 환자로 제한하고 있어 법익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제청 대리인으로 출석한 장우승 국선변호사는 변론에서 "성충동 약물치료는 징역형이나 재산형보다 무거운 형사제재로 보안처분의 제재 범위를 넘는다"며 "성범죄의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대리인으로 나선 서규영 변호사는 "보안처분은 행위자의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제거해 사회 방위, 행위자의 사회복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라며 "어떠한 보안처분 제도를 마련할 것인지는 입법권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고, 보안처분에 속하는 성충동 약물치료의 도입, 운용 역시 입법정책에 해당한다. 과잉 금지의 원칙 위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관들도 변론에 참여해 쟁점을 끌어냈다. 서기석 재판관은 "성충동 약물치료 중 부작용에 대한 검사 및 치료를 의무화하고, 그에 따라 약물 투여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개인권이 침해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장 변호사는 "담당 업무를 관할하는 보호관찰관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법 규정을 충분히 시행할지 의문이 든다"고 답변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약물치료가 형기 종료 이후 집행되는 점에서 "재범 위험성의 예측 방법이 어떻게 되느냐"고 의문을 드러냈다. 장 변호사는 "판결 시점에서 재범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성도착증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10년 구금생활을 했다고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원상복귀 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고, 이에 서 변호사는 "지속 효과는 한 달이다. 치료를 받지 않아도 스스로 성적 충동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위헌 측 참고인으로 나선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은 "치료에 대한 동기가 있는 경우 상담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일부 연구에 항호르몬 요법이 성범죄 등을 감소시켰지만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법무부 측 참고인인 이재우 치료감호소장은 "2011년 4월 이후 50여명이 동의하에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를 받은 결과 성적 생각의 빈도와 강도가 감소했다. 부작용 방지를 위해 칼슘과 비타민 보충 등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합헌에 손을 들었다.
앞서 2008년 치료개념으로 도입된 화학적 거세법은 제정 당시부터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애초 당사자 동의 여부 과정이 있었으나 조두순 사건과 나주 초등생 성폭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련 항목이 삭제된 채 통과됐다.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