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조기통합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하나·외환 통합은행명에 '외환'이나 외환은행을 상징하는 'KEB'를 포함하기로 하는 한편 근로조건 유지 등 고용 안정화를 명시한 것이다.
이는 법원이 지난 한달 간 노사간 대화를 권고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통합 행명에 피인수은행의 명칭이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단으로 풀이된다.
◆ 통합행명에 'KEB·외환' 포함키로…"외환은행 자존심 지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처분 이의신청 2차 심리에서 은행명 유지와 고용안정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합의 제안서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12일 노조 측에 제시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제안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3월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절차를 6월까지 중단하라고 명령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이의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합의 제안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외환은행의 영어 약자인 'KEB'를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SC제일은행'이란 명칭을 7년간 쓴 것을 제외하면 국내 은행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측은 "인수당하는 은행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건 은행권에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통합은행명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김 회장의 '조기통합'에 대한 절실함이 크게 작용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기통합'을 내놨지만 '5년간 외환은행 독립법인 유지'라는 2.17합의서에 발목이 잡혀온 것.
아울러 하나금융은 현재 법원의 가처분 용인에 따라 6월 말까지 통합과 관련한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파격적인 합의서를 제시, 내달 중으로 나올 이의신청 결과에 기대를 걸어보고 있는 셈이다.
인원감축이나 인사상의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도 의미 있다.
임금이나 복리후생 체제 등의 근로조건은 기존처럼 유지하고, 전산통합 전까지 양 행간 직원의 교차발령도 실시하지 않기로 한 점은 임직원간의 업무 스트레스나 합병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제시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행명 또한 외환은행에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어져 온 노사간의 힘겨루기에 가운데 낀 임직원의 피로감과 불안감도 크다"며 "노조 역시 구체적인 플랜을 내놔서 노사간의 타협점을 조금씩 좁혀갔으면 하는게 직원들의 대부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노사 갑론을박 여전…내달 중순 최종 결론
한편 합의서가 공개된 직후에도 노사의 공방은 지속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새로운 합의서는 올해 12월말까지 조기통합을 완료하고 상호 대등한 지위에서 양 은행의 장점이 계승돼 경쟁력 있는 조직체계가 되도록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며 "어려운 금융환경속에서 조직과 직원의 생존을 위해 고심 끝에 고용안정 뿐만 아니라 '외환' 통합은행명에 포함, 조기통합 시너지 공유 등의 파격적인 양보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17 합의서의 기본정신인 '상호 공동의 이익 증진'을 존중하고 이를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며 "조기통합이 이루어지는 경우 시너지 창출이 노사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외환노조는 "하나금융 측에서 '외환포함'을 약속한 바 없다"며 "행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자체를 밝힌 바 없고 심지어 대화단의 협상대상도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 마음대로 통추위를 하겠다면서 양행직원 의견 수렴을 거치는 '상향식 방식'을 언급했다"며 "직원을 동원한 여론조작 의도를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 측은 "법정에서 변호사가 통합은행명에 외환 혹은 KEB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며 "통합에 관련된 세부적인 결정사하은 통추위에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으로 대화단 역시 통합은행명을 포함, 외환노조와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제 재판부의 결정만이 남았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다음 달 3일까지 쟁점이 되는 사안을 요약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양측에 통보하며 대화 재개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