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검찰, 洪·李 '불구속 기소' 가닥…법조계 "증거인멸 우려"
검찰 특별수사팀(문무일 검사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추가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연미란 기자
검찰 특별수사팀(문무일 검사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추가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이후 회유 정황이 상당부분 드러난 만큼 추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격리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는 각각 2011년 6월 1억원, 2013년 4월 3000만원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18일 박찬종 변호사(전 국회의원)는 "정치자금법 위반 기준에 금품 액수가 다소 미달하더라도 피의자의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데다 회유로 인해 핵심 증인이 법정에서 위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구속 기소해야 한다"며 "수사 방향을 흐트리는 증거인멸은 사법권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안이 중대한 데다 증거인멸 가능성이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관례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된 구속 기준을 2억원으로 봐왔다는 점을 감안해도 증거인멸 우려가 구속 영장 청구 기준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특히 홍 지사의 경우 측근들이 조직적 증거은닉에 가담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상황이다. 검찰은 1억 원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번복하도록 홍 지사의 측근들이 윤씨를 회유했고, 이를 홍 지사가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전 총리와 측근들도 회유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인 김모 보좌관은 성 전 회장과 독대했다고 주장한 이 전 총리의 전 운전기사에게 수차례 접촉해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회유 지시나 묵인 등 증거 인멸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추가 회유 의혹에도 휩싸이게 된 셈이다.
노영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전 수석대변인)도 특히 홍 지사에 대해 증거인멸의 위험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노 변호사는 "홍 지사의 경우 증거인멸 위험성이 크다"면서도 "현직 지사이고, 도망갈 우려가 없다는 점이 불구속 기소 가닥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홍 지사의 경우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많고, 매우 구체적어서 일반인이었다면 구속기소 됐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광역단체장의 공백으로 인한 행정 업무 마비, 여당 인사인 점 등 정치적 이유도 일부분 반영됐을 것"이라고 봤다. 검찰이 봐주기 수사 비판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무적 판단이 앞서 불구속 기소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다.
이 전 총리에 대해선 "운전기사나 선거 사무실 관계자 등이 (성완종-이완구) 독대 사실을 증언했다 하더라도 돈을 받았다는 직접 증거로 쓰기엔 부족하다"며 "기소돼도 유죄 입증까지 난관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추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고등검찰 부장검사를 지낸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는 "구속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 구속해야 한다"면서도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경우) 증거인멸 혐의가 이미 다 노출 돼 있어서 별도의 증거 위조죄나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한 구속 기소를 할 정도의 인멸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