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간 '주식교환'을 통한 사실상 합병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모-자회사 편입안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처리된 직후부터 SK브로드밴드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반대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SK브로드밴드 주주의 주식을 일정 비율에 따라 SK텔레콤 자사주와 교환하거나 한 주당 4645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량(全量)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교환을 원하지 않는 SK브로드밴드 주주는 오는 26일까지 1주당 4645원에 주식매수청구를 신청할 수 있다. 최종 교부될 SK텔레콤 자사주는 약 247만주로 교환가 기준 총 7056억원 정도이다.
SK텔레콤은 교환을 원치 않는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소요비용으로 4000억원을 잡고 있다. 이용환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일부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규모는 현재 저희 생각으로는 4000억원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주식매추청구권 행사가 진행 중이며 대부분 반대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액면가 보다 주가가 올라갈 경우의 수를 대비해 주가의 추이를 지켜보고 신청 마지막날 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주식교환건이 편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간 자금지원을 마음대로 할 수없는 등의 법리적 제한이 있어 현금 압박 등으로 편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조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 이날 종가는 개장 전일에 비해 0.35% 내린 4235원에 마감됐다. SK브로드밴드 주가는 지난달 27일 487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로 돌아서 지난 4일 4680원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4645원을 넘지 못하고 있는 추세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편입을 임시주주총회에서 확정 발표(6일)한 이후인 8일부터는 SK브로드밴드 주가가 4200원∼4300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주들이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SK브로드밴드의 발행주식 총수는 2억9595만9087주다. 이 중 SK텔레콤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의 50.56%다. 최신원 SKC회장의 0.02% 등 우호지분은 모두 1억4970억9630주로 전체의 50.58%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주식은 이를 제외한 1억4624만9457주로 모두 행사된다면 SK브로드밴드는 최대 6793억2872만7765원을 기존 주주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SK브로드밴드가 실탄이 없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 3월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560억39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말(204조6200만원)보다 355억77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매출채권과 기타채권(263억8000만원) 등을 청산해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구책에도 SK브로드밴드가 빚을 내지 않고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전부 행사될 경우 대응할 능력이 없는 상태다.
모회사가 될 SK텔레콤의 현금 사정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지난 3월말 현재 SK텔레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7404억2000만원이다. 이는 작년 12월말 보다 11.27%(940억900만원) 감소했다.
SK텔레콤 측은 4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른 자금을 SK브로드밴드에 대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SK텔레콤의 현재 보유 현금의 절반 이상을 SK브로드밴드에 빌려주는 것이 법리적 해석으로 들어가면 쉽지 않다는 게 증권전문가의 관측이다. 각종 투자계획을 고려할 때 합병이 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배임죄 책임을 질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 입장에서 SK브로드밴드 주가를 부양하거나 향후 수익을 보상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룹차원에서 진행된 이번 조직개편은 실탄 부족 사실만 시장에 공개한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