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프로듀서에도 '궁합'이 있다
EXID-신사동호랭이, 빅뱅-테디, 김성규-김종완, AOMG-그레이 성공사례
[메트로신문 김지민 기자] 가수가 인기를 얻기 위해선 뛰어난 가창력만으론 부족하다. 가수의 음색과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맞춤옷' 같은 노래가 뒷받침 돼야한다. 널리 사랑받는 인기곡을 만들기 위해선 가수의 특성을 이해하고 노래를 만드는 프로듀서의 손길이 필요하다.
◆ EXID-신사동호랭이, 궁합지수 ★★★☆
지난해 '위아래'로 역주행의 아이콘이 된 걸그룹 EXID. 이들은 '위아래'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한 번 신사동 호랭이와 손 잡고 지난달 '아 예(Ah Yeah)'를 발표했다.
신사동 호랭이는 "'위아래'나 '아예'는 장르가 비슷하다. 마이너틱한 후렴구와 힙합 느낌이 나는 노래다. 대중에게 EXID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만든 노래가 '아예'"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계속 이런 노래만 만들 것이냐고 묻는데 그건 아니다. 이전에 티아라와 작업했을 때도 '롤리폴리'에 이어 '러비더비'가 나왔다. 가수에게 가장 잘 맞는 색깔을 잡으면 그걸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간다. EXID 역시 '후스댓걸' '매일밤' 등의 노래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위아래'만큼 대중들에게 각인되진 못했다"고 말했다.
◆ 빅뱅-테디 궁합지수 ★★★★
지난 1일 '메이드 시리즈(MADE SERIES)' 첫 번째 앨범 'M'으로 3년 만에 컴백한 빅뱅. 발표 직후 음원 차트와 음악 방송을 휩쓴 신곡 '루저(LOSER)'와 '배배(BAE BAE)'는 YG 소속 프로듀서 테디를 필두로 멤버 지디와 탑이 공동작업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테디와 함께한 것.
이에 대해 지디는 "앨범을 만들 때 조금이라도 방향성을 잃고 우왕좌왕하면 양현석 사장님과 테디 형이 잡아준다"며 "다른 프로듀서와 작업할 의향은 물론 있다. 실제로 다른 분들과 호흡을 맞춰봤지만 우리에겐 테디 형이 가장 잘 맞는다. 빅뱅의 장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게 바로 호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태양 역시 "유명한 사람과 함께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일 할 땐 우리의 색깔을 잘 이해하고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좋다. 그게 바로 테디 형"이라고 말했다.
◆ 김성규-김종완(넬), 궁합지수 ★★★☆
인피니트 김성규와 넬의 김종완이 만났다. 김종완은 평소 자신을 따르던 후배 김성규를 위해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 '27' 전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김종완이 다른 가수에게 곡을 준 적은 있어도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처음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조합이다.
일부 팬들은 넬의 느낌이 강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은 인피니트의 성규가 아닌 솔로가수 김성규의 색깔이 확실히 드러난다. 특히 타이틀곡 '너여야만 해'는 인피니트 팬과 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평가다.
두 사람의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는 "김종완과 김성규는 같은 소속사 선후배 관계를 뛰어넘는다"며 "김성규는 넬 김종완을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왔고, 지금도 중요한 일이 생기면 김종완의 조언을 듣곤 한다"며 장르는 달라도 둘의 음악적 교감이 담긴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 박재범·로꼬(AOMG)-그레이, 궁합지수 ★★★★☆
노래 도입부에 프로듀서 이름을 넣는 것은 박진영의 'JYP'가 시작이었지만, 최근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노래는 '그레이'로 시작한다. 힙합 레이블 AOMG 소속 프로듀서 그레이는 자신의 곡은 물론 로꼬, 박재범 등 소속 아티스트의 노래를 만들며 차트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AOMG 노래가 세련된 사운드로 힙합 팬을 사로잡을 수 있던 덴 그레이의 공이 크다. 그는 흑인 음악이라는 장르 안에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사운드를 뽑아내는 데 능숙하다. 지난달 발표한 자신의 신곡 '하기나 해'가 자전적인 가사와 세련된 비트를 앞세웠다면, 로꼬의 히트곡 '감아'에선 로꼬의 래핑과 크러쉬의 보컬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잔잔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박재범의 최신작 '몸매 (MOMMAE)' 역시 그레이의 손을 거쳤다. 박재범이 정규 2집 '에볼루션(EVOLUTION)'까지 상큼한 아이돌 느낌을 유지했다면 신곡 '몸매'를 통해 힙합 뮤지션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래칫(Ratchet) 장르에 과감하고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으로 '아이돌스러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