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원빈 커플의 결혼식이 화제다. 초록색 들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행진하는 모습은 영화 속 장면보다 더 낭만적이었고, 큰 가마솥에 삶은 국수를 나눠먹는 소박함은 삶의 지향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였다. 결혼식은 초원 위에서 양가의 가족들만 대동해 치러졌다. 시골 풍경 외에 어떤 장식도 없었고, 마음을 다해 행복을 빌어줄 가족이 하객의 전부였다.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 물질이 아닌 마음을 남김 없이 꺼내 놓는 것이 이 시대의 명품이란 걸 보여줬다.
헤리에타 톰슨은 지난 주말 92세 65일의 나이로 마라톤을 완주했다. 7시간 24분 36초의 기록은 당연히 최고령 기록이었고, 전 인류에게 불굴의 의지를 전하는 메시지였다. 그녀는 두 번이나 암 투병을 했고, 지난 1월 남편과 사별했고, 포도상구균 감염으로 한쪽 다리를 치료받았다. 젊은 시절 뉴욕 카네기홀에 세 번이나 섰던 피아니스트로 운동 선수 출신도 아니었다. 마라톤을 시작한 건 70세가 넘은 어느 날 백혈병, 림프종 환자를 위한 모금 마라톤 참가를 권유 받고서였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뛰었다면 이런 대기록을 세웠을지 모르겠다.
5월의 마지막 근무일.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된 팬택의 공장에 열 일곱 명의 직원이 출근했다. 그한 때 1,400명이 북적댔던, 화장실 가기 위해 줄 서는 것조차 힘들었던 생산라인에서 그들은 웃었다. 미국 버라이즌사에 납품하기로 된 노트북용 무선통신 모뎀 ‘스파클’ 2,380개를 만들며 오래된 기억을 되살렸다. 6월의 첫 날. 팬택 김포공장에서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제품의 마지막 출하가 무사히 끝났다. ‘시작과 끝을 함께’하려는 마음이 실렸고,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포장된 제품은 이제 역사가 됐다.
무엇인가를 남과 다르게 하는 것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과 그 자체로 다른 것이다. 다른 것을 보여줘서 가치를 인정 받았던 시대는 한참 전에 끝났다. 근본적으로 다른 것 그 자체가 감동과 가치 그 이상으로 매겨지는 시대다. 여기에는 인류가 오랜 세월 진화 속에 품어 온 본능의 뿌리가 있다. 그 뿌리는 겸손 그리고 선(善)의 씨앗이 맞닿아 내려진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건 이런 에너지의 파장 때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