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청문회로 다시 떠오른 '삼성X파일사건'
재벌-권력 유착의 '끝판왕'..처벌은 이를 알린 기자와 노회찬 의원 등만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8일~10일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증인에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오르면서 '삼성X파일' 사건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사건을 지휘한 황 후보자는 승승장구한 반면 노 전 의원은 떡값 검사 실명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당시 사건이 뒤늦게 황 후보자의 발목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첫 전체회의에서 증인·참고인 등에 합의하면서 황 후보자도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인사청문회에는 증인 5명과 참고인 17명 등 총 22명이 포함됐다. 주목할 증인은 노 전 의원이다. 그는 삼성그룹으로부터 1997년 추석 때 이른바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증인으로 나서는 노 전 의원의 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삼성X파일 사건'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를 통해 삼성의 초고위층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이 폭로된 사건이다.
녹음 파일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대통령 후보진영에 정치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공모하고 고위급 전·현직 검사들에게 뇌물성 '떡값'을 제공했다는 등의 사실이 담겨있었다.
이 사건으로 삼성을 중심으로 한 정·경·언·검 유착이 도마에 올랐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황 후보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삼성이 돈을 뿌린 것은 맞지만 회사 돈이라는 증거가 없어 횡령이나 배임은 성립하지 않고,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아 뇌물죄로 의율할 수도 없다는 논리였다.
검찰의 이런 판단을 한 데는 이건희 회장이 제출한 서면조사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미국에 체류하면서 검찰이 질문한 85개 항목에 대해 답변서를 써서 제출했는데, 요지는 '그 돈은 내 개인 돈이고, 사용처는 사후 보고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997년 당시는 외환위기 영향으로 코너에 몰린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는 삼성의 물밑 작업이 한창 전개되던 시점이었고, 녹음 파일에 나타난 금품 수수 정황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황교안 수사팀의 이런 결론은 국민 정서상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힘들었다.
핵심인물인 이건희 회장은 단 한차례도 직접 조사하지 않았고, 이 회장의 개인돈이라는 주장을 뒤집기 위한 계좌추적 등 노력의 흔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 후보에 대한 금품 지원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적용된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도 가능했는데 수사팀이 스스로 법적용에 한계를 설정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검찰의 칼끝은 검은 돈을 주고 받은 삼성과 권력층 대신 도청을 한 안기부 직원과 녹음 테이프 내용을 기사화한 언론인, 여기에 등장한 떡값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 등에게 집중됐고, 결국 이들은 모두사법처리됐다.
'삼성X파일'사건은 삼성이 정치권과 사법기관 등을 다루는 방법과 그에 대한 화답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황교안 검사는 이 사건이후 승승장구 해 고검장까지 오른 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했고 마침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후보에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