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금융기관 임직원 금품수수 '가중처벌·벌금병과' 합헌"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1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4일 헌재는 특경가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A은행 지점장 박모씨 등 금융기관 임직원 3명이 특경가법 5조 4항 1호와 동법 5조 5항 일부에 대해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중처벌 조항은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벌금병과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특경가법 5조 4항 1호는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5조 5항에선 4항의 범죄를 저지르면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은 사기업이지만 국민경제와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금융기관 임직원 직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의 수뢰죄와 같은 수준으로 가중처벌하게 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무너지는 경우 경제적 파급력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입법자가 특별히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청렴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는 수수액이 많을수록 심화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수수액을 기준으로 법정형을 가중한 것은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벌금병과 조항과 관련해서는 "금융부패 근절을 위해 금융기관 임직원의 경우에도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벌금형까지 병과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자의 형사 정책적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법관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징역형의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이 가능하므로 벌금형까지 감안한 전체적인 형량을 조절할 수 있고, 벌금형의 작량감경이나 선고유예 판결 또한 가능하므로 법관의 양형재량을 과도하게 제한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한철·이정미·이진성·안창호 재판관 등 4명은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은 이 조항이 유일하다"며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 동기, 범행 이후 정황 등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법관의 양형재량의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으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벌금병과 조항에 대해선 이진성 재판관이 "금융기관 임직원은 공무원과 신분이 다른데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