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부진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돌발 변수를 만난 것.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부작용을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의 배경에는 지난4~5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산업생산과 수출부진등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한국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8%로 일본 성장률보다 0.2%포인트 낮다. 또 4분기째 0%대의 저성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해 안에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동결을 전망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금리(1.75%) 수준에서 금리가 더 내려간다고 해서 수출 경쟁력이나 서비스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아울러 가계부채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 충격 발생시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시킬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는 점도 동결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올 3월 등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모두 0.75%포인트 내렸다.
이후 "경기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어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며 두 달째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문제는 한은의 기대와 달리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내수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물론 메르스로 인한 경기충격이 지표로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여행·관광업계가 타격을 받는 등 소비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은의 경우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쉽사리 금리인하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잇단 악재로 꺼져가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 결국 상황을 지켜보기보다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오는 11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는 선제적 결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