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백아란기자] 시장금리의 나침반 역할을 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열린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원들이 어디에 방점을 찍을 지 주목하고 있다. '메르스 대응'이냐 '가계부채 안정'이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향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부진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돌발 변수를 만난 것이다.
이에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부작용을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 '메르스 vs 가계부채' 선택은?
금리인하 기대의 배경에는 지난4~5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산업생산과 수출부진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한국경제는 소비를 제외하고 5월 수출액의 경우 10.9% 줄었으며 산업생산도 3월(-0.5%)과 4월(-0.3%)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올 1분기 한국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 또한 0.8%로 일본 성장률보다 0.2%포인트 낮다.
더욱이 최근 급격히 확산된 메르스로 인해 유통과 소비업종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태다.
지난 두달간 "경기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어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며 동결을 선택했던 상황이 불과 한달 새 급변한 것이다.
특히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내수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물론 메르스로 인한 경기충격이 지표로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여행·관광업계가 타격을 받는 등 소비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더 늘려줘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부처의 인하 시그널도 강하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출둔화 영향으로 생산·투자 회복이 다소 지체되는 상황"이라며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야한다는 메시지를 날렸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제적인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LG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성장, 저물가 기조를 끊고 경제 활력을 찾으려면 확장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리인하 대세 속 가계 부채 방책은?
문제는 금리인하를 할 경우 직면할 후폭풍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우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해 안에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또 11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가계부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은이 발표한 '2015년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76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달 전보다 10조1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월별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대출은 금융회사들이 가계에 빌려준 자금의 규모를 말한다. 지난 3월말 기준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과 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의 대출까지 합친 가계신용은 1099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 잔액 역시 586조4000억원으로 7조3000억원 늘어났다.
가계부채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 충격 발생시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시킬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금리를 동결하거나 올려야 한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경우 향후 1년간 가계대출이 0.24% 증가한다는 거시계량모형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만약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경우 이미 저금리와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로 급증세를 보인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때문에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한은이 금리인하를 쉽사리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도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가계나 기업,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표한 바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높아진 변동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금통위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변동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국고채 1년물은 말할 것도 없고, 3년물마저 기준금리를 하회 중인데다 금통위 직후 FOMC의 여파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이후 시장금리의 단기 향배 예상의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의 시장금리 흐름이 관건"이라며 "마지막 금리인하라는 시각과 글로벌 시장금리 상승시 맞물릴 경우 작년 5월과 마찬가지로 시장금리가 상당히 추세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꼽았다.
서 연구원은 "최근 메르스 사태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일부 추경과 더불어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러한 심리가 단기적으로는 시장금리의 반등을 제한시켜 줄 순 있으나 추가 완화정책기대가 강하지 않아 시장금리는 글로벌 채권금리 흐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