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죽었다 살아온 사람이다. 지금 죽어도 호상이다"
2013년 현대자동차 노무총괄 담당부회장으로 재입성한 윤여철 부회장(사진)의 발언이다. 죽다 살아온 윤 부회장에게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이번엔 영업사원 노조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외에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의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만4000대, 2만여대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수치다. 10일 종가 기준 현대차의 주가는 주당 13만4500원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일선 판매 현장의 혼란까지 예측된다. 현대차 영업사원으로 구성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영업노조)는 지난달부터 서울 삼성동 현대차 국내 영업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판매 실적이 부진한 영업직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윤 부회장의 방침이 시위의 방아쇠를 당겼다. 영업노조는 교육을 거부하고 '현장탄압'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교육이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영업노조 측 입장이다.
영업노조는 최근 임단협에서 '영업직군 자동 승진제'를 제안했다. 승진 근무연한을 채운 영업사원이 최소 판매대수를 채우면 자동 승진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근속년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결정된다. 이 요구가 관철된다면 현대차의 임금부담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또 직영점 수를 2017년까지 455개 이하로 유지하고 정년을 65세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임금 7.8% 인상안 등도 임단협 요구사항이다.
생산직 노조가 파업할 경우와 달리 영업직 노조의 파업은 판매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현대차는 5월에 이어 6월도 판매 부진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적이 나쁜 영업 사원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회사로서는 당연한 조치"라며 "(영업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당장 현대차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우선은 상황을 두고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11일 임단협 3차 교섭을 진행한다"며 "교섭이 더 진행돼야 결과를 알겠지만 현재 요구가 무리하다는 사측 입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년간 현대차가 파업으로 인해 입은 손실은 3조60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현대차는 파업으로 인해 2012년 1조7048억원, 2013년 1조225억원, 2014년 919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