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경질수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 보직해임
포스코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를 놓고 내부갈등 봉합을 위해 강수를 뒀다.
포스코그룹은 10일 수뇌부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혀 논란을 키운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경질 절차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그룹 구조조정의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가스전 매각 검토를 주도한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이날 보직 해임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작년 3월 취임하면서 중용한 두 명의 핵심 인사를 한꺼번에 물러나게 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우선 가스전 매각과 관련한 내부 문서를 외부로 유출시켜 논란을 빚은 데다, 내부 갈등을 유발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동반 경질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그룹 사업구조 개편, 재무구조 개선, 검찰 수사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내부 갈등을 방치했다가 자칫 안팎으로 경영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철강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비핵심 분야 자산을 속속 처분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수뇌부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미얀마 가스전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문제는 포스코 가치경영실이 대우인터내셔널 경영진과 사전 협의 없이 가스전 매각을 검토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달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매각설이 퍼지자 전 사장은 권 회장에게 매각 반대 의견을 전달한 뒤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이는 미얀마 가스전을 처분하려는 그룹 수뇌부에 전 사장이 반발해 갈등을 빚는 것으로 외부에 비쳤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가능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에 따라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방안도 검토한 것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미얀마 가스전은 쉐(Shwe), 쉐퓨(Shwe Phyu), 미야(Mya) 등 3개 가스전으로 이뤄져 있으며 공인된 가채매장량이 총 4조5000억ft³(입방피트)로 3년치의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과 맞먹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탐사권을 획득해 2004년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3년 상업생산을 시작해 해저·육상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를 통해 향후 25∼30년간 연평균 3000억∼4000억원의 세전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도 현재 이익의 70% 이상을 미얀마 가스전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는 다른 종합상사들이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도 가스전 덕분에 매출액 20조4078억원, 영업이익 376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2조원을 투자해 가스전 운영권과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전 사장을 비롯한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 입장에서는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한 '노다지'나 다름없는 가스전을 자체 경영상의 이유도 아닌 그룹 차원의 결정에 따라 매각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숙원 사업으로 포스코그룹 일원이 되기 훨씬 전부터 10여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어렵게 얻어낸 성과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8%를 3조3800억원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