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백아란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수출부진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영향 등으로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경제는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도 메르스 사태로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개최해 현재의 연 1.75% 수준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50%로 결정했다.
이날 결정에는 1명의 소수 의견이 나왔으며 금통위원들은 ▲구조개혁 노력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적극적인 가계부채 관리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나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그리스 채무재조정 관련 불확실성 등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선) 선제적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기대 강화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데다 원·엔 환율은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했다"며 "(일본은행 총재 발언 영향 등은)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신흥국의 입장에서 볼때 자금 유출을 높이는 요인이긴 하지만 나라별로는 다를 것"이라며 "(한국은) 기초 여건과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이런 점은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됐다"고 꼽았다.
이 총재는 다만 "자본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동시에 금융안정에 더욱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내놨다.
이어 "메르스만 보고 금리인하를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회복세를 이끌어 왔던 소비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하방 리스크는 커졌다"면서 "(향후 금리 정책은)앞으로의 상황에 달려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르스가 미칠 영향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다각도로 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조기에 진정될지 여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가계부채보다 유동성을 선택했다는 점에 대해선 "경기여건이 거시경제 리스크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총량 관리를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단계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가계부채의 증가세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