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현재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창립 65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내 경제의 회복세 지속을 낙관하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등으로 정책여건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며 "다만 경기 회복세가 미흡할 경우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한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가기보다 경기회복세가 공고해질 때까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 11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수출부진 등 경제심리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낮췄다.
이 총재는 "하반기 국내 경기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경제의 회복,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의 효과 등에 힘입어 개선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 수출 모멘텀 약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성장경로의 하방위험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내외 여건이 매우 불확실하므로 경기판단과 경제전망의 정확성을 높이고 경제주체들에게 일관성 있는 정책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해 나가야겠다"며 "그동안 성장세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규모를 크게 확대해 온 금융중개지원대출이 보다 내실 있게 운용되도록 적극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저유가의 영향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점검하는 한편 하반기 중에는 내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당장 경제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나 지금과 같이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소비를 제약하고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 감독당국 등과 긴밀히 협력해 가계부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한은은 65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공익 ▲중립 ▲책임 ▲소통 ▲전문성을 조직의 핵심가치로 선정했다.
이 총재는 "유연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달라"며 "조만간 시행될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켜 정년이 연장된 간부 직원들의 경험과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청년층의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