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집값을 깎아주는 대신에 다운계약서를 써주기로 한 매수인이 약속을 어겼어도 매도인은 깎아준 집값만 받고 소유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이인복)는 매수인 김모씨가 매도인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위약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김모씨는 2013년 7월 이모씨로부터 충남 한 단독주택을 1억5500만원에 사기로 계약했다.
계약서 작성 당일 이씨는 집값을 500만원 깎아주고 김씨는 매매대금을 7400만원으로 하는 다운계약서를 써주기로 합의했다. 이런 내용은 계약서에도 포함했다.
김씨는 한 달 뒤 잔금 1억1000만원을 준비해 이씨를 만났지만 위법한 다운계약서는 써줄 수 없다고 했다. 김씨 남편이 공직자여서 재산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씨는 다운계약서를 써주지 않을 거면 500만원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이씨를 상대로 위약금 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가 계약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놓고 갈렸다.
1심에서는 "두 사람 간 매매계약은 다운계약서 작성 여부와 무관하게 이뤄진 것으로 김씨가 잔금을 지급했는데도 이씨가 액수를 다투며 소유권을 이전해주지 않았다"며 "이는 계약해제 사유가 되며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김씨에게 계약금으로 받았던 4000만원에 위약금 4000만원을 더해 80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김씨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주기로 하지 않았다면 이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계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는 양도소득세와 관련한 이씨의 편의를 봐준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이씨가 소유권 이전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 간 이뤄진 매매계약 목적은 소유권을 이전하고 매매대금을 받는 것으로 다운계약서 작성 의무는 부수적 채무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 위반으로 결국 계약이 해제되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이런 사정을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