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출입구에는 차량 한 대 조차 보기 힘든 상황이다./이홍원 기자
[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아이고, 왜 불안하지 않겠어요. 거기다 여기저기들 싸우고 있으니까 더 불안하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 일반병동에 입원한 한 환자(71)의 말이다. 14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가 이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이 나온 데 따라 병원 부분 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 일부가 아직도 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 곳곳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면회를 자제해 달라는 안내 판넬이 배치돼 있다./이홍원 기자
익명을 요구한 이 환자는 "메르스 때문에 불안하지만 '죽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입원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환자는 "메르스 보다는 오히려 메르스 때문에 서로 들쑤시며 싸우고 있는 상황이 불안하다"는 입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메르스 확산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와 병원 측의 미덥잖은 대응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환자들에게도 기자가 적극적으로 취재 요청을 했지만 손 사례를 치며 한사코 사양했다. 누가와도 더 이상 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취재를 하기 위해 병동을 찾은 기자에게 "대체 뭐 하는 것이냐"며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환자와 직원들 모두가 메르스와 관련해 입을 떼는 것을 예민해하고 경계했다. 그만큼 이 병원은 위축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삼성서울병원 본관 앞을 지나는 사람은 간혹 2~3명 정도가 보였다. 택시 정거장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는 두어대 정도만 대기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직후였는데도 산책을 위해 나오거나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었다. 옷을 평상복으로 갖춰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퇴원을 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환자를 두명 정도 목격했을 뿐이었다.
14일 오후 삼섬서울병원 본관 로비에는 사람이 한 명 도 없이 텅 비어있다./이홍원 기자
본관 로비 중앙 외래접수를 하는 장소에는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접수를 하거나 입원한 환자들의 가족들로 보였다. 다른 장소 일부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
현재 본관 병동 일부와 응급실은 직원들만 출입이 가능하며 허락받지 않는 사람들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이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L씨는 "환자뿐만 아니라 간병인들도 다 빠져나가고 있다"고 현재 병원 상황을 언급했다. 메르스 때문에 불안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L씨는 "나도 사람이니까 불안하다.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 L씨는 "지금 본관 일부 병동은 격리 환자를 입원시키고, 수술 계획이 있는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이 메르스 격리 환자들을 별관으로 옮길 예정이라는 소문도 들었다"고 답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는 사람들의 통제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이홍원 기자
응급실 상황도 살펴보기 위해 문 앞에 다가가자 한 안전요원은 기자를 완강히 제지했다.
그는 "응급실 외 다른 병동도 출입이 불가하다"며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시 응급실 밖 유리문으로 다가가려는 기자를 발견한 안전요원은 다시 다가와 "밖이라도 근처에 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해진 간격을 넘어오면 안된다"라고 경고했다.
또 별관 한쪽 출입구에는 출입하는 사람들의 열을 감지하는 기계가 자리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원 직원은 "이 기계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열을 감지하고 있으며 일일이 온도계로 발열 정도를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 차례 더 질문을 던지려 했으나 대답해주기 곤란하다는 눈치였다.
14일 삼성서울병원 별관 뒤 미래의학관 공사장에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이다./이홍원 기자
하지만 병원이 임시 폐쇄 조치가 됐음에도 여전히 사람이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병원 별관 뒤 쪽 미래의학관 공사장이었다. 이곳에서는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 관계자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의지해 공사를 계속 하고 있다. 일거리가 있어 좋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실 여기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입찰이 됐으니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