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차 유행을 막기 위해 메르스 민관합동대응팀과 각 병원 등에서 최선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메르스 3차 유행이 현실화 되고 있다.
14일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과 입원실 등 병원 일부 페쇄결정을 내리고 뒤이어 원자력병원응급실과 서울보라매병원응급실도 임시 폐쇄조치 했다.
하루 9000여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이용하는 국내 2위의 초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24일까지 사실상 병원 업무를 중단한 것은 메르스 3차 유행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또한 메르스 집중치료기관인 보라매병원 역시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경유한 곳 중 하나로 임시 폐쇄를 결정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는 양상이다. 한 때 삼성서울병원의 추가 확진자 수가 지난 12일 크게 줄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기대가 컸으나, 주말을 거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추가 확진자가 13~14일 이틀간 11명이 추가됐고, 대전 대청병원에서도 16번째 환자(40)에게 감염된 환자가 4명 더 늘었다.
여기에 3차 유행의 진원지가 될 후보병원이 여러 곳이고,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환자도 다수여서 메르스 유행은 7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유행의 큰 고비는 넘겼으나 3차 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 바이러스를 최초 전파한 14번째 환자를 포함해 모두 6명의 감염자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14번째 환자가 응급실 밖을 활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는 바람에 추가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 이 환자가 당일 응급실 외부 복도를 2차례 배회하고 영상의학과 접수데스크를 방문했으며, 남자 화장실을 2번 이용한 정황이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확인됐다. 같은 날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이용한 77세 여성 환자가 115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날 이 병원 비뇨기과로 아버지를 모시고 간 42세 남성이 141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15번 환자의 경우 응급실 앞 화장실 근처에서, 141번째 환자는 복도나 출구에서 14번째 환자와 간접적으로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138번째 환자(37)와 137번째 환자(55)의 동선도 심상치 않다. 137번째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 요원으로 지난달 27일 14번째 환자가 있는 응급실에 체류했으며 지난 2일 증상 발현 상태에서 10일까지 근무했다. 138번째 환자는 순환기내과 의사로, 지난 10일 격리되기 전까지 환자를 진료했다. 응급실은 물론 병원 곳곳을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143번째 환자(31)도 잠재적 슈퍼전파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 환자는 지난달 28일 대전 대청병원에서 16번째 환자와 접촉한 후 부산센텀병원 응급실과 부산BHS한서병원, 자혜의원 등을 거쳐 6월8~10일 부산 좋은강안병원에 입원했다. 확진 판정은 지난 13일에 받았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43번째 환자가 좋은강안병원에서 접촉한 사람의 수가 굉장히 많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사망한 76번째 환자도 강동경희대병원에서 건국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던 중 사설 구급차 운전자(70)와 동승자(37)를 4차 감염시켰다. 다행히 두 사람은 이송했던 환자가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고서 자택격리에 들어가 구급차를 더 운전하지는 않았다. 경기도 평택 경찰관인 119번째 환자(35)의 감염경로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환자는 입·퇴원을 반복하며 아산충무병원 등 병원 4곳을 거쳤다. 지난 4일에는 기차 누리로 1727호 제3호 객차에 탑승해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 보건당국은 이 밖에 메르스 감염자들이 지난 2일 광명발 부산행 KTX 123호 제12호 객차, 서울호남-광주 광천터미널을 이용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이 제2차 진원지에서 제3차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 병원이 뒤늦게 병원 일부 페쇄를 한 것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이 또다시 방역에 실패하면서, 이미 5천명에 육박하는 격리자들의 최대 잠복기가 끝나는 24일까지 메르스 추가 환자들이 얼마나 발생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동선도 파악하지 못한 환자들이 다수로 지역사회에 전파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건당국이 뒤늦게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가 7월을 넘어 8월까지도 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상된다.